[오후 한 詩]늙은 꽃/문정희

어느 땅에 늙은 꽃이 있으랴꽃의 생애는 순간이다아름다움이 무엇인가를 아는 종족의 자존심으로꽃은 어떤 색으로 피든필 때 다 써 버린다황홀한 이 규칙을 어긴 꽃은 아직 한 송이도 없다피 속에 주름과 장수의 유전자가 없는꽃이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더욱 오묘하다분별 대신향기라니
■"늙은 꽃"은 없다. "꽃의 생애는 순간이다". "꽃은 어떤 색으로 피든" "필 때 다 써 버린다". 과연 그렇지 않은가. 어느 꽃인들 최선을 다하지 않았겠는가. 꽃이 아름다운 까닭은 피어나기 위해 사력을 다했기 때문이다. 눈 속에 맺힌 꽃도, 바위틈에 돋아난 꽃도, 진흙탕에서 솟아오른 꽃도 모두 저 자신을 다해 피어난 것이다. 크고 화려한 화초들의 그늘 아래 겨우 피어 있는 새끼손톱만 한 꽃도, 길가에 아무렇게나 피어난 듯한 무심해 보이는 꽃도 자기 생을 다해 밀어올린 바다. 바로 그런 사람이 꽃이다. 스스로 최선을 다한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 당신이 그러하듯이. 채상우 시인<ⓒ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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