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자 찾아 뽑던 달라이라마, '투표'로 선출방식 바뀔까?

로마교황청의 '비밀투표' 방식으로 변경 예상중국정부의 악용 우려 탓... 앞서 판첸라마 후계자도 강제변경하기도

(사진=아시아경제DB)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티베트 불교의 최고 지도자이자 티베트 독립운동의 정신적 지주인 '달라이라마'의 선출방식을 두고 티베트 망명정부와 중국정부간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현 지도자인 달라이라마 14세가 80대 고령으로 건강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면서 중국정부가 티베트 전통의 '윤회환생' 제도를 악용할 우려가 커지면서 이달 말 다람살라에서 열릴 티베트 고승회의에서 달라이라마 선출제도 자체가 변경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만약 달라이라마 선출제도가 변경될 경우, 1391년 이후 약 600년 이상 지속돼 내려오던 윤회환생 제도가 혁파돼 티베트 불교 내에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미국의소리(VOA) 등 외신들에 의하면 7일(현지시간), 현재 티베트불교 최고 지도자인 달라이라마 14세는 이르면 이달 29일 열릴 고승위원회에서 후계자를 선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달라이라마는 인도 다람살라에서 가진 회견에서 자신의 후계자는 고승이거나 20세 안팎의 티베트 불교 승려가 될 것이라 말했다고 알려졌다. 달라이라마 14세가 후계선임 절차를 공개하며 서두르는 이유는 중국정부의 간섭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지난 1월, 티베트 망명 정부의 롭상 상가이 총리는 티베트 불교 각파 고승들과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다람살라에 모여 달라이라마 15세의 선출방법 등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롭상 상가이 총리는 차기 달라이라마는 티베트 전통의 윤회환생제도를 통한 선출이 아닌, 로마교황청의 비밀투표 선출이나 현 달라이라마의 지명 방식 등 다른 방식을 택해 뽑을 것이라 설명한 바 있다. 이는 현 달라이라마 14세가 서거할 경우, 중국 정부가 달라이라마 15세 지명 권리를 주장하며 자국에 유리한 후계자를 선출시켜 티베트 통치에 이용할 우려가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중국정부가 1989년 판첸라마라고 공인한 현 판첸라마 11세의 모습. 대다수 티베트인들은 그를 판첸라마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사진=위키피디아)

중국정부는 달라이라마 14세가 사망하면 곧바로 윤회환생제도를 악용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앞서 1989년, 중국정부는 티베트불교 서열 2위인 판첸라마 10세가 사망하자 원래 달라이라마 14세가 공인한 환생자, 판첸라마 11세와 가족을 납치한 바 있다. 게둔 초에키 니마란 이름의 이 소년은 여전히 행방불명 처리된 상태다. 이후 중국정부는 자신들이 인정한 기알첸 노르부라는 소년을 판첸라마 11세로 밀고, 티베트 통치에 이용해왔다. 달라이라마와 판첸라마는 티베트 불교의 중요한 지도자 자리로 달라이라마는 세속권력도 함께 가진 지도자이며, 판첸라마는 2인자로 환생자라 공인된 어린 달라이라마의 교육과 인준을 담당하는 중요한 자리다. 달라이라마는 티베트 불교 전통에 따라 선대 달라이라마의 환생자를 수년간 찾아 고승들의 인준을 거쳐 선출해왔으며, 1391년 이후 600년 넘게 이 윤회환생제도를 이어왔다.

1989년 판첸라마 10세 사망 이후 달라이라마 14세가 공인했던 원래 판첸라마 11세의 모습. 중국정부에 의해 납치돼 현재까지도 행방불명이다.(사진=위키피디아)

하지만 중국의 침략 이후 이 윤회환생제도는 악용 우려가 커져 폐기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져왔었다. 티베트 왕국은 중일전쟁 혼란기 속에 중국으로부터 독립했었으나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정권이 수립되면서 중국정부에 의해 강제 편입됐다. 중국은 1950년 무력으로 티베트를 침공했으며, 당시 6.25 전쟁 와중을 틈타 1951년 5월 티베트 협정에 조인한 뒤, 티베트를 자국령으로 편입시켰다. 이후 1959년 티베트에서 반 중국 반란이 일어나자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12만명이 넘는 티베트인들이 학살됐고 6000개가 넘는 불교사원이 파괴됐다. 중국정부는 현재 달라이라마 14세가 사망하면 자신들 입맛에 맞는 달라이라마를 윤회전생제도를 악용해 선출, 억지로 앉힐 가능성이 높다. 한편 현재 인도로 망명한 달라이라마는 중국의 군사적 침공 전후로 히말라야 산맥 기슭에 위치한 다람살라에 망명정부를 세우고 1963년 티베트 헌법을 기초하며 비폭력 독립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왔다. 현 지도자인 달라이라마 14세는 1989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으며 1994년에는 루즈벨트 자유상, 이어 세계안보평화상 등을 받았다.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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