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 詩]아무런 죄책감도 없이/신현수

일주일에 적어도 하루는,아무도 만나지 않고,아무 말도 하지 않고,아무 것도 쓰지 않고,아무 것도 읽지 않고,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그저 숨이나 쉬면서,그저 산에나 오르면서,새들의 웃음소리나 들으면서,초록 색깔도 정말 여러 가지로군, 새삼 놀라면서,배나무 꽃 사진 찍느라 해찰도 부리면서,머리를 텅 비우고 살았으면 참 좋겠어.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딱히 슬픈 일이 있어서도 아니고 문득 답답한 일이 생겨서도 아니다. 그냥 "일주일에 적어도 하루는" 무작정 그랬으면 좋겠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PC도 스마트폰도 꺼 두고, 아무 곳에도 가지 않고, 아무도 그리워하지 않고, 아무 생각도 없이 하루를 말뜻 그대로 쓸데없이 보냈으면 좋겠다. 아니 매분 매초 묵묵히 흘러가는 시간을 곁에 두고 하루를 온전히 보냈으면 좋겠다. 그러다 진짜 슬퍼지면 좀 울고 그러다 누군가가 떠오르면 가만히 이름을 불러 보고 그러다 정말 해 보고 싶은 일이 생각나면 장난처럼 곰곰이 계획도 세워 보고.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말이다. 채상우 시인<ⓒ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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