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진기자
이마트.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1996년 국내 유통 시장 개방 이후 한국의 유통기업들은 거친 경쟁을 뚫고 외국계 대형마트를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다. 하지만 정부의 보호를 받아온 소상공인들은 경쟁력을 잃었다. 이들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 2012년 정부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도입하는 등 영업 및 출점규제가 한층 강화되면서 국내 유통 기업들의 성장은 뒷걸음질쳤다. 이런 틈새를 노려 업태를 바꾼 외국계 기업들은 주요 상권을 장악하며 소상공인들을 위협하고 있다.이마트 부평점은 다음 달 완전히 문을 닫는다. 이미 지난달 16일 영업을 종료한 대구 시지점에 이어 올해 두 개의 점포가 폐점하는 것이다. 인천 부평점은 1995년 개장한 이마트 4호점이다. 신세계그룹이 1993년 국내 최초로 선보인 대형마트인 이마트는 1호점인 창동점을 시작으로 빠르게 점포수를 늘리며 국내 대형마트 업계 1위로 성장했다. 20년 이상 신규 출점을 계속하며 2016년까지 점포수를 147개까지 늘렸지만, 지난해 서울 장점과 울산 학성점 등 두 곳을 폐점하면서 점포수가 처음으로 감소했다. 이마트는 올해 두 개의 점포가 추가로 문을 닫게 되면서 점포수가 144개로 줄고, 지난해 매각한 일산 장안점이 내년에 문을 닫으면 143개로 주저앉는다.대형마트 업계 2위인 홈플러스도 마찬가지다. 올해 9월 경남 김해시에 있는 동김해점을 폐점하고, 11월에는 부천 중동점이 영업을 중단한다. 현재 142개의 홈플러스 점포수는 올해 말이면 140개로 줄어들게 된다. 롯데마트 역시 이달말 동대전점이 문을 닫으면 123개로 매장수가 주저앉는다.(사진=아시아경제DB)
반면 글로벌 가구공룡 이케아는 향후 3년내 국내에서 도심형 매장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스웨덴의 가구업체인 이케아는 2014년 12월 1호점인 광명점을 오픈하며 한국에 진출한데 이어 지난해 2호점(경기도 고양점)의 문을 열었다. 경기도 기흥과 충남 계룡, 부산, 서울 강동구 고덕 등에서 추가로 출점할 것으로 알려졌다. 예스페르 브로딘 이케아그룹 최고경영자(CEO, 회장)은 지난 4월 고양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서울과 같은 복잡한 도시에서도 우리 제품을 더 잘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케아는 올해 안으로 온라인 쇼핑몰도 개설한다는 계획이다. 브로딘 회장은 "한국은 전자상거래 세계 7위 국가로 많은 소비자들이 모바일 앱으로 물건을 구매한다"고 부연했다. 이케아는 유통산업발전법의 업태에서 '전문점'으로 분류되면서 영업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현행법에선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만 월2회 의무휴업 대상이다.일본의 SPA(패스트패션) 브랜드인 유니클로는 2011년 11월 서울 명동에서 아시아 최대 매장을 오픈한 이후 매장수를 급격히 늘려왔다. 현재 유니클로는 온라인 점포 1곳을 포함해 전국에 187개 매장을 두고있다. 일본계 생활용품 매장 무인양품 역시 국내에서 급성장 중이다. 1980년 일본에서 출범한 무인양품은 실용성을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의 의류, 액세서리, 패브릭, 문구, 식품까지 총망라한 점포다. 국내에서 2003년 롯데백화점 본점 영플라자에 첫 매장을 열었고 현재 27개 점포(온라인 1곳)를 운영하고 있다. 무인양품 역시 전문점을 분류되면서 영업규제 대상에서 벗어났다.이같은 전문점들은 대형마트와 달리 의무 휴업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최근 수년간 승승장구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형마트 및 SSM이 월2회 의무휴업으로 쇼핑길이 막힌 소비자들은 전통 시장이 아닌 이들 전문점과 온라인 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반사 이익을 톡톡히 누렸다는 것. 실제 지난해 지난해 온라인쇼핑 거래액이 78조 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영업규제가 전혀 없는 다이소를 비롯해 전문점들도 매출이 고공행진 중이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영엽규제 수준이 과도하다"면서 "대형마트는 규제하고 전문점은 규제를 받지 않는 것은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고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된다"고 꼬집었다.지연진 기자 gyj@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