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 詩]당신은 곁에 없고―춘화첩/장철문

이 빗소리감나무 가지를 적시듯몸을 두드리네바라는 것은이 빗소리를 함께 듣는 것,감잎처럼 돋아나네당신과 함께이 빗소리를 듣고 싶은 것,맨 처음이것의 이름을 붙인 것은 누구인가이 빗소리가 몸을 두드려잎사귀를 깨울 때마다잔을 내밀었으리, 당신 쪽으로이 빗소리,빗소리를 듣는 이것은 무엇인가빗소리에 돋아나는 잎사귀를빗소리에 우려내미네, 당신 쪽으로■이 시를 따라 상상해본다. 빗소리가 내 "몸"을 두드린다. 문득 곁에 없는 당신이 떠오른다. 당신과 함께 빗소리를 듣고 싶다. 그래서일까, 내 몸에서 "잎사귀"가 돋아난다. "빗소리에 돋아나는 잎사귀를" "빗소리에 우려" 당신이 있는 곳으로 내민다. 저 "몸"과 "잎사귀"는 다만 봄의 정경일 수도 있겠지만 육체적이며 에로틱하기도 하다. 그런데 이 시에서 "몸"의 질량은 최소화돼 있다. 당신에게 내미는 것은 그 몸에서 돋아난 잎사귀를 빗소리에 우린 것이다. '춘화'가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을까 싶다. 채상우 시인<ⓒ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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