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 詩]울고 싶을 때마다/김성규

응, 우린 잘 있으니까 걱정 말구왜 전화하셨어요?응, 너 바쁘니까 다음에 할 테니까우린 잘 있으니까전화할 때마다무슨 말을 하고 싶으신 것 같은데눈을 감고 누워 생각해 보네늙어 가는 아들에게왜 전화하셨을까?건강만 하면 돼눈을 감으면 숨 쉬기 힘들어어머니도 나처럼울고 싶을 때마다 전화를 하실까
■엄마? 잘 지내시구요? 그냥요. 그냥 전화했어요. 참, 복실이는 새끼 잘 낳았구요? 몇 마리나? 이쁘겠네. 날이 가물긴 하죠. 그래도 작년보단 낫지 않아요? 저…, 엄마, 응… 응… 아버지는 당뇨 약 꼬박꼬박 드시고? 술 좀 그만 자셔야 할 텐데. 저는 요새 술 안 마셔요. 괜찮아요. 반찬 지난번에 보낸 거 아직 많아요. 그럼요. 그럼요. 근데 엄마…, 엄마 새끼니까 엄마라고 하지 그럼 아줌마라고 하나? 뭐가 싱거워요. 엄마니까 엄마라고 그러지, 참 내. 뭔 일이 있긴요, 없어요. 없어, 아무 일도. 그래요. "건강만 하면 돼"죠. 엄마도 쉬엄쉬엄 하고. 아, 없다니까, 아무 일도 없어요. 아이 진짜. 다음에 전화할게요. 그만하고 얼른 주무세요. 그래요… 그래요… 응? 아이구 걱정도 팔자네. 괜찮아요. 끊어, 끊어, 전화 끊어요, 이제. … 엄마가… 보고 싶다. 채상우 시인<ⓒ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