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火요일에 읽는 전쟁사]정말 나팔소리만으로 성벽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여리고성 함락 이야기를 그린 18세기 삽화(사진=위키피디아)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구약성경 속에 등장하는 여러 전투들 중에서 가장 특이한 방식으로 이긴 전투는 단연 '여리고성 공방전'이다. 구약의 여호수아 편에 등장하는 여리고성의 함락이야기는 사실 여부를 떠나서 현대 음파무기의 효시라고 이야기되곤 한다. 병사들이 나팔을 불고 소리를 치며 성벽을 돌자, 성벽이 무너지면서 함락됐다는 이야기는 상당히 오랫동안 회자됐다.구약성경의 여호수아 6장3절부터의 내용을 살펴보면, 병사들과 제사장들이 나팔을 불며 성을 7일간 돌고 행진하면서 일곱번째 날에는 같은 방식으로 성을 일곱번 돌았다고 한다. 마지막에 제사장들이 나팔을 불고 백성들은 크게 소리질러 외치니 결국 성벽이 무너지고 여리고성이 함락됐다고 나와있다. 만약에 실제 있었던 일이라면, 음파 공격으로 공성전에 성공한 첫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여리고성 유적지 모습. 구약의 나팔이야기와 연관된 성벽은 현재 남아있지 않고 후대 세워진 성벽들이 조사되고 있다.(사진=위키피디아)

하지만 현재로서는 여리고성이 정말로 나팔소리에 함락됐는지 여부는 명확히 알 수가 없다. 당시 여리고성 공격을 담당했던 이스라엘 민족의 통치자, 여호수아가 일단 기원전 14세기, 즉, 지금으로부터 3500여년전 사람이고 그 기간동안 수없는 전투와 약탈이 진행된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그 증거를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현대 고고학자들과 과학자들은 이미 오랜 공성전에 상당부분 무너져있었던 여리고성 주민들의 사기가 나팔소리에 완전히 무너져내려 항복한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인지, 아니면 진짜로 성벽이 무너진 것인지를 두고 계속 연구를 벌이고 있다. 여리고성은 기원전 9000년경부터 마을이 형성돼 당시로서도 꽤 오래된 도시였기 때문에 지금 남은 성벽 잔해들을 가지고 그것이 당시 성벽인지, 그 이후의 것인지를 명확히 판단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하지만 사실여부를 떠나, 여리고성의 함락 이야기는 오랫동안 사람들의 뇌리에 남았으며 예수 크리스트의 생존 기간동안에는 일부 유태인들이 로마군이 주둔한 여리고성을 일주일동안 나팔을 불며 돌다가 로마군에 맞아죽었다는 기록도 남아있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음파가 군사무기로 사용될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면서 음파무기 탄생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나치 독일이 개발했던 음파무기 모습(사진=위키피디아)

실제 음파는 현재까지는 성벽을 무너뜨릴 정도로 강력한 물리력을 일으키긴 어렵지만, 대인용 무기로는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알려져있다. 이것은 인간이 들을 수 있는 가청음역의 한계를 이용해서 가능하다. 인간은 보통 16~2만헤르즈(Hz)까지 들을 수 있다고 알려져있지만, 보통은 250~2,000헤르즈 정도의 소리를 듣는다. 손톱으로 칠판을 긁거나 유리병 표면을 칼로 긁을 때 나는 소리 높은 음역대의 소리를 들으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데, 이 소리들의 음역은 2000~4000헤르즈 정도다.이를 활용해 실제로 음파무기 제작에 처음 나섰던 것은 나치 독일로 알려져있다. 당시 나치 독일은 전쟁 승리를 목표로 다양한 무기를 개발했던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개중 특이한 무기 중 하나가 음파무기였다. 이 무기는 거대한 포환 안에 메탄가스를 다량 압축시킨 다음 격발시켜 강력한 폭음을 내서 반경 200m 내의 군인들을 패닉상태로 빠뜨리는 무기였다. 효과는 좋았지만 장비가 너무 크고 가격이 만만치 않은데다 일단 무기를 작동시켜야하는 병사도 피해를 입는다는 점 때문에 제대로 운용되진 못했다.

비살상용, 방어용 무기로 군함 등에 장착되는 '장거리 음향기기(LRAD)' 모습(사진=https://www.lradx.com)

하지만 2차대전 전후에는 음파무기라는 아이디어가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음파무기는 주로 비살상용, 방어용으로 개발되기 시작했는데 미군이 이라크에서 썼던 것으로 알려진 '장거리 음향기기(LRAD)'가 대표적이다. 이 무기는 화재경보기가 울릴때 내는 소음의 2배에 해당하는 150데시벨(dB) 이상의 소음을 내는데 음파가 매우 높은 2100~3100헤르즈(Hz) 구간의 음파를 내보내 270m 반경 사람들에게 강한 두통을 일으키고 일시적인 착란을 일으킨다고 한다. 군중을 해산시키거나 적군에 큰 상처를 입히지 않고 생포할 때 쓰인다고 알려져있다. 군함에 배치해 '음향대포'로 쓰이기도 한다. 해적이나 테러리스트들과 갑자기 교전이 발생할 경우, 1차적으로 상대를 교란시킬 수 있는 무기로 쓰인다.올해 9월에는 쿠바와 미국이 이 음파무기를 놓고 외교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쿠바 아바나의 미국 외교관들이 연쇄적으로 원인모를 청각이상 증세를 보이자 미국이 쿠바측의 음파공격을 의심, 아바나의 미 대사관 폐쇄까지 고려하는 등 외교분쟁이 일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지금까지 21명이 뇌 손상, 두통 등에 시달리고 있고, 청력과 언어능력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외교관도 있다고 한다. 쿠바정부는 강력히 부인하고 있지만 2만헤르즈 이상의 초음파 공격에 의한 것일 수 있다는 설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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