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안내] 박순원, 안웅선, 송문희, 남주희의 시집

◆에르고스테롤=박순원 시인의 네 번째 신작 시집. 시인은 충청북도 청주에서 출생했으며, 2005년 ‘서정시학’을 통해 등단했다. 복잡하고 시끄러워서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기 어려운(알고 싶지 않게 만드는) 출판사의 보도자료 속에 함기석 시인의 추천사가 끼어 있다. “박순원의 시는 솔직하고 가식이 없다. 위트와 재치가 빛난다. 묵직한 어퍼컷보다 가볍고 경쾌한 잽의 연속이다. 급소를 맞을 때마다 웃음이 터지고 울분이 터지고 취기가 훅 올라온다. 그는 권력자들의 위선적 가면, 지식인들의 허위적 가면, 민족과 애국을 운운하는 위정자들의 윤리적 가면 모두를 익살로 처리하여 실소를 자아낸다. 따라서 그의 시를 읽는 일은 그와 함께 열혈 분홍당원이 되어 이 ‘포동포동’ 병든 세계를 꿰뚫어 통찰하고 비판하고 그런 세계 속의 자신을 반성하는 일이다. (중략) 박순원은 물질 만능 환락의 시대에 말의 반어적 역공과 유쾌한 장난으로 순수를 지향하는 시인이다. 그곳은 장미와 백합이 함께 웃으며 피어나는 곳이고, 젖은 빨래가 서서히 말라 가는 낮의 한나절이다. 그는 탈(脫)관념의 시간, 탈(脫)알레고리 세계로 진입하여 햇빛이 되고 비가 되고 음악이 되려 한다. 의미와 해석이 전제되지 않는 순수의 풍경이 되고 싶어 한다. 시인의 이 불가능한 꿈이 지극하고 아프다.” 그래 이건 좀 낫다. (박순원 지음/파란/1만원)
◆탐험과 소년과 계절의 서=2010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안웅선 시인의 첫 시집. 이 시집에서 시인은 종교와 세속, 삶과 죽음을 섬세한 감각으로 탐구한다. 운명을 떠받치고 있는 두 축들은 평행한 듯 교차하고, 따로 떨어진 듯 한 몸이다. 이 세계의 아이러니는 시집을 관통하는 쓸쓸하고 오래된 비밀이다. 그것을 발설하는 안웅선의 화자들은 한없이 투명하고 유약한 성장기의 소년처럼 보이는 동시에, 세상을 전부 살아 버린 노인처럼 보인다. 추천사에서 문학평론가 장은석은 “안웅선의 시는 절망적인 세계에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의 비명을 외면하지 않지만, 동시에 함부로 편을 가르고 어느 편이 듣기에 달콤한 말을 속삭이려는 태도 역시 경계한다. 그의 시어는 바짝 마른 재료들에 불을 붙이기보다 충분한 시차 속에서 그것이 천천히 섞이고 반응하면서 스스로 탄성을 회복하도록 돕는다”라고 썼다. (안웅선 지음/민음사/9000원)
◆나는 점점 왼편으로 기울어진다=공광규 시인의 추천사가 있다. 낯선 곳에서 그와 마주친 느낌인데, 아무튼 공 시인은 이렇게 썼다. “송문희 시인은 사람과 사물을 보는 눈이 정겹고 따뜻하고 너그럽다. 연민과 인정의 시선으로 사람과 사물의 현상을 적실하게 받아 적는다. 이 자애롭고 애틋한 심성의 시인은 기아에 허덕이는 아이를 TV에서 보거나 한 끼의 밥을 얻기 위해 엎드린 조각상을 만났을 때, 생존경쟁이 치열한 도시의 전철에서 누 떼처럼 이동하며 출퇴근하는 사람들을 바라볼 때, 정성을 다해 경전을 필사하는 칠순의 손가락을 볼 때, 손수레를 밀고 가는 가난한 노파를 볼 때, 종묘공원에 모인 노인들을 볼 때, 뒤늦게 글씨를 배우는 노인을 볼 때 그 가치가 더욱 발한다. 송문희 시인이 마련한 이 소박한 시집을 많은 사람들이 읽고 서정의 허기를 조금이나마 면하는 즐거움을 누리기 바란다.” 송문희 시인은 경북 영주에서 태어나 경북대학교 대학원 교육학과를 졸업했다. 2004년 계간 ‘시와비평’ 신인상을 수상했다. (송문희 지음/문학의전당/9000원)
◆제비꽃은 오지 않았다=남주희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시인은 대구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2003년 ‘시인정신’ 신인상, ‘현대수필’ 신인상을 수상했다. 출판사 서평은 이렇다. “남주희 시인의 시를 읽으면 콜라주 기법으로 그린 그림, 혹은 칸딘스키의 추상화가 떠오른다. 모든 예술작품은 대상세계(universe)를 그리는 일이다. 시는 언어로 세계를 그리고 그림은 색채와 선으로 세계를 그린다. 작품과 세계가 멀어질수록 추상에 가깝다. 그런 관점에서 남주희의 시는 적어도 외면적으로는 대상세계와는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가령 ‘농담으로 열기를 붓질한’이란 시구에서 ‘열기’라는 말과 호응되는 서술어는 감각어일 것이나 ‘붓질한’이라는 동사와 결합한다. ‘어둠을 저음처리하는’도 같은 맥락의 언어 사용이다. 어둠이라는 색채 이미지가 저음이라는 청각 이미지로 변주된다. 서로 이질적인 언어가 결합함으로써 폭력적 이미지(radical image)를 만들고 이 폭력적 이미지는 독자에게 낯설게 다가갈 수 있지만 시를 역동적이게 한다. (남주희 지음/문학의전당/9000원)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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