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평행선' 지난달 29일 임단협 또 결렬…10일 재협상참이슬·필라이트 재고 물량, 추석 연휴 지나면 바닥김인규 사장 "인건비 상승, 회사 전체의 크나큰 부담"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하이트진로의 노사관계가 내일 극적으로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약) 타결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측과 노조는 지난달 20일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에 나섰지만, 최종 합의 도출에는 실패했다. 총파업에 돌입한 후 열린 임금 단체 협상도 결렬됐고, 생산 공장 매각 추진이 진행되면서 노사 갈등이 악화일로다. 황금연휴가 마무리되면서 소주 '참이슬'과 맥주 '필라이트' 재고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어 내일 임단협 재협상이 결렬되면 생산과 공급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노조는 지난달 25~27일 총파업을 진행한 데 이어 29일부터는 법정 근로 시간에만 생산에 참여하고 있다. 이른바 준법투쟁이다.9일 관련 업계와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열린 노사 간의 임금 단체 협상은 결렬로 끝났다. 노조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1000억원을 넘는 등 꾸준히 이익을 내는 만큼 임금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124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반면 사측은 맥주 사업의 적자가 이어지고 있고 운영비용이 크기 때문에 임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사장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회사는 절체절명의 위기 순간에 서 있다"며 "경영환경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고정적인 인건비 상승은 회사 전체의 크나큰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회사는 노조의 요구사항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노사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하이트진로가 생산 효율화를 위해 현재 운영 중인 3개 맥주 공장(강원·전주·마산) 중 1곳을 내년 상반기까지 매각한다고 밝히면서 분위기는 더욱 냉랭해졌다.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추진하지 않기로 했지만 공장 간 인력 재배치와 영업현장 전진배치 과정에서 인력 감소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이트진로는 매각 추진 배경에 대해 시장경쟁 악화로 인한 맥주부문의 실적부진과 공장가동률 하락이 지속되는 등 위기를 극복할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 맥주부문 실적은 2014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2014년 225억원, 2015년 40억원, 2016년 217억원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434억원 영업손실을 봤다. 누적 적자만 1000억원에 육박한다.맥주공장 가동률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이트진로는 전주 60.1만㎘, 홍천 55.5만㎘, 마산 34.4만㎘ 등 공장 3곳에서 150만㎘를 생산할 수 있지만 지난해 44%에 해당하는 66만㎘밖에 생산하지 못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경영환경을 고려할 때 공장 규모를 유지하긴 쉽지 않다"며 "경영 효율화를 위한 대승적 차원에서 매각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반면 노조는 노조는 공장 가동률이 50%를 밑돈다는 사측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노조 관계자는 "공장 가동률을 24시간 기준으로 평가하는 법이 어디 있느냐"며 "법정 근무시간으로 계산하면 공장은 100% 이상 가동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사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내일 열리는 임단협도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 노조는 협상 결과에 따라 총파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만약 다시 총파업에 돌입하게 되면 소주와 맥주 공급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준비한 재고 물량은 추석 연휴가 끝나는 직후 바닥날 것으로 예측됐다. 하이트진로 측은 "협상을 통해 갈등이 원만하게 해결되도록 추진하겠다"며 "최악의 상황은 피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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