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사라', 다른 나라에서도 죄가 됐을까?

성윤리 논란 중심에 섰던 마광수의 죽음과 '사회적 타살'

5일 오후 소설가 마광수 씨가 자신의 자택인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의 한 아파트에서 숨져 있는 것을 가족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사진은 1994년 연세대 교수 시절 강의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5일 마광수 전 연세대 교수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의 삶을 옥좼던 '즐거운 사라' 필화 사건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 사건 이후 그는 성윤리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섰고 그 여파로 심한 우울증을 앓았던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즐거운 사라' 필화 사건은 25년 전인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1년 발간된 이 책 때문에 고인이 음란물 제작·반포 혐의로 구속된 것이다. 여대생 사라가 성 경험을 통해 자기 정체성을 찾아간다는 내용의 이 소설이 문학이 아닌 음란물이라는 이유였다. 스승과 제자 사이의 성관계, 당시 사회에서 '변태적'이라고 봤던 성행위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 등이 문제가 됐다. 고인의 구속은 예술과 외설의 경계에 대한 논란으로 확산됐다. 문화계에서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논란에도 불구하고 1995년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고 '즐거운 사라'는 음란물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이에 대해 고인의 죽음은 그의 문학세계를 포승줄로 묶었던 사회에 의한 '타살'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안희곤 사월의책 대표는 페이스북에 "시대가 한 사람을 죽였다. 젊은 시절 교단에서 길다란 장미 담배를 줄담배로 피우던 마 교수가 기억난다. 외설 재판이 없었다면 우리에게도 사드? 장 주네? 헨리 밀러? 뭐 그 비슷한 작가 한 명이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썼다.헨리 밀러도 대표작 '북회귀선'으로 필화 사건을 겪었다. 하지만 결론은 '즐거운 사라'와는 달랐다. 북회귀선은 작가 자신의 파리 생활을 담은 자전적 소설이었는데 성에 대한 격렬한 묘사로 처음에는 외설 논란으로 내몰렸다. 미국에서는 판매가 금지됐고 1934년 프랑스 파리에서 영어판으로 출판됐다. 미국에 출간된 것은 30년 가까이 시간이 흐른 1961년이었다. 하지만 곧바로 음란도서로 기소됐다. 3년의 재판 끝에 1964년 미국 연방 대법원은 무혐의 판결을 내렸다. 이 소설을 음란물이라고 비난하는 측에서는 여성 성기에 대한 노골적인 묘사를 근거로 들었다.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측에서는 소통의 어려움을 나타내는 문학적 은유라고 맞섰다. 사회적 관습과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자유를 추구했던 이 소설은 지금은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헨리 밀러 이전에는 D. H. 로렌스의 '채털리 부인의 사랑'이 있었다. 1928년 작가가 개인적으로 이탈리아에서 한정판으로 냈던 이 책은 부유한 지주와 결혼한 한 여인이 남편의 사냥터지기와 사랑에 빠지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여성의 성적 욕망에 대한 솔직한 표현과 성관계에 대한 생생한 묘사는 논란과 화제를 낳았다. 이 소설은 작가 사후인 1960년 영국에서 무삭제판이 출판되면서 음란저작물 금지법에 따라 고발됐다. 하지만 무죄 판결을 받았다.음란물 혐의를 받았던 '북회귀선'과 '채털리 부인의 사랑'이 비슷한 시기인 1960년대 그 혐의를 벗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30년도 더 지난 1995년 우리 사회는 '즐거운 사라'를 문학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유죄를 선고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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