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봉근 파일' 발견 18일 만에 공개하면서 내용은 ‘비공개’

발표만 하고 시간없다는 이유로 기자 질문은 서면으로 받아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28일 오후 청와대 브리핑룸에서 청와대 제2부속실 직원이 발견한 전 정부 전산 공유파일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황진영 기자, 이설 기자] 청와대는 28일 박근혜 정부 제2부속비서관실 컴퓨터 공유폴더에서 ‘블랙리스트’관련 내용이 들어 있는 파일 9308건을 발견했다고 발표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은 받지 않았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3시 춘추관에서 관련 내용을 발표한 뒤 오후 3시반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리는 법무부 등의 대통령 업무보고에 배석해야 한다는 이유로 바로 자리를 떴다. 기자들의 질문에 즉석에서 답변하다가 야당에 공격의 빌미를 줄 수도 있는 내용을 언급할 수 있어 질문을 안 받은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파일이 있는 컴퓨터가 발견된 제2부속비서관실은 2014년말 '정윤회 문건' 파문으로 비선 실세 의혹이 제기되자 다음해 1월 제1부속비서관실로 흡수되면서 폐지됐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부터 폐지될 때까지 제2부속비서관은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이다. 청와대는 ‘안봉근 파일’과 관련한 질문을 카카오톡과 개별적으로 받았다. 지난 10일 발견된 파일을 왜 이 시점에 발표했느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지난 10일 발견했다는데 오늘 사실을 공개한 이유가 무엇인지요’, ‘18일이 지난 오늘 대통령기록관 직원들이 청와대로 와서 기록물 여부를 검토하는 이유가 뭔가’, ‘전 정부와 현 정부 문건이 뒤섞여 있다면 현 정부 사람들도 해당 공유 폴더를 썼다는 말인데 이렇게 늦게 발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대변인이 질의응답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상황인데 브리핑을 갑자기 추가한 이유 설명 부탁드립니다’는 등의 질문이었다. 청와대는 지난 7월 민정수석실 캐비닛 문건도 최초 발견일(7월3일) 보다 11일 뒤에 공개해 발표시점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발표시점이 논란이 되자 “공개 시점이 늦춰지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오래 가지고 있었다고 할 수도 있고 더 발견 안 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으니 나오는 대로 바로바로 발견 사실을 공표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질문을 마감한 지 2시간여 뒤에 카카오톡을 통해 ‘파일에 암호가 걸려 있어서 시간이 오래 걸렸고, 오늘 대통령기록관 직원이 방문해 이관 절차 협의에 착수하기로 했기 때문에 공개했다. 대변인은 대통령 업무보고 등의 이유로 시간이 없어서 원래 예정됐던 브리핑과 함께 이 내용을 발표하기로 했다’는 취지로 대답을 했다. 하지만 대통령 기록관 직원이 협의를 하러 오는데 왜 18일이나 걸렸는지, 비교적 일정이 여유가 있었던 이날 오전 대신 오후에 갑자기 발표를 한 이유 등은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이날 오전에는 국민소통수석과 대변인의 브리핑이 없었고, 대통령의 공개 일정은 대통령과 에드 로이스 미국 하원외교위원장 접견(오전 11시)이 전부였다. 다른 질문에 대한 답변도 알멩이가 없었다. 파일 내용 추가 공개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일부 내용만 파악하는 수준이어서 어렵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자유한국당 강효상 대변인은 이날 오후 “청와대 캐비닛은 ‘물타기용’도깨비 방망이인가. 북한이 미사일만 쏘면 청와대에선 문건이 대량으로 발견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황진영 기자 young@asiae.co.kr이설 기자 sseol@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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