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2주년]승소판결 받아도…외면받는 강제징용·위안부 피해자들

"미쓰비시 반인도적 행위" 재판부 3차 판결서 강한 지적위안부 생존자 총 37명 남아..."합의안 폐기 외교부 노력 절실"

일제 강점기인 1944년 일본에 가면 돈도 벌고 공부할 수 있다는 말에 속은 12~14세의 조선 소녀들이 근로정신대에 강제동원됐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문제원 기자] 광복 72주년을 맞았지만 위안부와 강제징용자 등 일제에서 큰 고통을 받은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은 기약이 없다. 한국 법원은 일제에 강제로 끌려간 강제징용자에 대해 미쓰비시의 책임을 인정하고 보상하라는 선고를 내리고 있지만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상태다. 위안부 배상은 2015년 양국 정부가 합의로 인해 더욱 꼬여버렸다.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와 기업의 선의를 기대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며 우리 정부가 더욱 확고하고 원칙적인 대응을 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한다.◆'모르쇠' 일관하는 미쓰비시=미쓰비시는 미국과 중국 등 다른 나라의 강제동원 피해자에겐 일부 사과를 하고 보상도 했지만 한국 근로정신대 피해자에 대해선 단 한 차례도 책임을 인정한 적이 없다. 최근 개봉한 영화 '군함도'의 실제 배경이 된 군함도(일본명 하시마(端島))는 '감옥섬' '지옥섬'으로도 불렸다.강제노역 피해자들이 미쓰비시를 상대로 제기한 수차례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심 승소 판결이 계속해 나오고 있지만 미쓰비시는 본질과 상관없는 문제를 거론하며 대법원에 상고하는 등 고의로 재판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지난 11일 광주지방법원 민사11부(김상연 부장판사)는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근로정신대 할머니들과 함께하는 시민모임'과 함께 미쓰비시를 상대로 낸 2차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숨진 오길애(당시 14세) 할머니의 남동생 오철석(81)씨와 김재림(87)·양영수(86)·심선애(87) 할머니 등에게 1억~1억5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단했다.재판부는 "미쓰비시의 행위는 개인의 존엄성을 부정하고 불법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 수행에 편승한 반인도적 행위"라며 "무려 7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책임을 부정하고 있다"고 강하게 지적했다.국내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시민모임의 도움을 받아 미쓰비시를 상대로 낸 소송은 총 3건으로, 1차 소송의 경우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이 1·2심 모두 승소했지만 미쓰비시가 2015년 상고해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지난해 11월 시작된 3차 소송 역시 최근 광주지법에서 위자료 1억2300여만원의 지급을 명하는 승소 판결을 받았다.그러나 미쓰비시 측은 시민모임이 낸 소송의 법원 판결은 물론 다른 피해자들이 제기해 법원에서 승소한 배상 판결 모두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강제징용할 당시 미쓰비시와 지금의 회사는 다르고, 이미 일본에서 제기한 소송에서 한국 피해자들이 패소했다는 취지다.미쓰비시 측은 2014년 2월27일 제기된 2차 소송에 대해 3차례나 소장 접수를 거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소장 중 한 페이지가 누락됐다'거나 '원고의 상세한 주소가 누락됐다' '법원 주차시설이 협소하니 대중교통을 이용해달라는 안내문이 일본어 번역이 안돼 있다'는 이유다.2015년에는 피해자 김재림 할머니 등이 일본 정부에 후생연금 탈퇴수당 지급을 요구한 건에 대해서 199엔(약 2000원)을 대리인의 계좌로 입금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일본이 현재 화폐가치를 무시하고 당시 액면가를 그대로 적용했기 때문이다.

1944년 미군 사진병이 촬영한 한국인 일본군 위안부 촬영 영상. 사진 = 서울시 제공 영상 캡쳐

◆해결하지 못한 위안부 문제, 시간이 없다=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더욱 악화된 것은 2015년 12월28일 한일합의 이후부터다. 피해자들과 사전 합의가 없는 일방적인 합의인 데다 일본의 법적 책임을 명시하지 못한 채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이라는 표현을 써 비판이 일었다.현재 외교부는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1차 회의를 개최했으며 올해 말까지 위안부 합의 협상 과정과 합의 내용 전반을 검토한다. 최종 결과는 대외에 공개하지만 절차는 비공개로 하기로 했다.그러나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고 있다. 지난달 김군자 할머니의 별세로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는 총 37명으로 줄었다.일제강점기 피해자들을 더욱 슬프게 하는 것은 정부의 태도다. 위안부 합의는 피해자들이 원하는 수준의 사과도 아니었으며 당사자인 생존 피해자들이 처음부터 배제됐다. 지난해 11월 외교부는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일본 기업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 행사에 부정적 견해들을 주로 인용한 의견서를 대법원에 전달해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이국언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상임대표는 "대법원에 계류 중인 3건의 소송 1건은 2년2개월, 나머지 2개는 4년 동안 지체되고 있다"며 "더 이상 일본 정부와 기업의 선의에만 기댈 수 없기 때문에 우리 정부의 확고한 원칙과 신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아직까지 달라진 점이 가시화된 부분은 없지만 문재인 정부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덧붙였다.안신권 나눔의 집 소장은 "2015 한일합의는 할머니들이 배제된 절차상 불법성이 충분히 입증된다"며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합의안 폐기를 위해 외교부가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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