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정부와 형식 차별화 성공…손경식 "너무 만족"오뚜기 초청 무언의 메시지…재계, '상생' 한목소리당청, 규제 완화 나설 듯…사드 등 외교 현안이 문제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주요 기업인과의 호프미팅'에서 함영준 오뚜기 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손경식 CJ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왼쪽부터)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청와대]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청와대가 규제 완화에 적극 나서기로 한 것은 재계의 요청에 화답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과의 첫 공식 간담회는 과거 정부에선 볼 수 없던 '호프미팅' 형식으로 자유롭게 진행됐다. 재계 대표로 나선 손경식 CJ 회장이 "오늘 너무 만족스럽다"며 "대통령 말씀을 듣고 푸근하게 느끼고 간다"고 말했을 정도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는 일자리 창출과 상생·협력에 나서달라는 메시지를 던졌고, 재계도 적극 화답하는 모습을 보였다.기업인들은 특히 서비스산업의 육성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비스산업은 일자리창출 효과가 크지만 각종 규제에 가로막혀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규제프리존법이 대표적이다. 박근혜정부에서 추진했으나 의료민영화 논란으로 이어지면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청와대는 야당과 협상에 나서 접점을 찾아보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 제출된 법안대로는 아니겠지만 대체적인 내용이 반영되도록 정기국회서 논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규제완화의 총대를 멘 참석자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다. 정 부회장은 전날 문 대통령에게 일자리 창출과 서비스산업 육성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손 회장 역시 정부에서 서비스산업을 육성해 달라고 제안했다. 정부는 우선 올해 서비스산업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를 진행해 서비스산업 혁신 로드맵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서비스산업 뿐 아니라 전반적인 규제에 대한 재설계도 구상 중이다. 신기술·신산업 육성을 위해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는 등의 규제 재설계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민주당도 서비스산업발전법과 규제프리존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정기국회에서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서비스산업발전법과 규제프리존법에 대해 민주당의 안을 가지고 논의의 장에 나가겠다"며 야당에 협상 의지를 밝혔다. 앞서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5월 문 대통령이 여야 원내대표를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문 대통령에게 전향적인 입장을 보여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국회에서 논의하자'며 원론적으로 답했다.문제는 외교 관계로 풀어야 하는 사안들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 문제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문 대통령에게 "중국에서 사드의 영향으로 매출이 줄면서 협력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 부회장은 한국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협력업체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특별한 해법을 제시하기보다 기업들의 애로에 대해 깊게 경청을 하는 분위기였다.사드 문제는 문 대통령과 기업인과의 간담회 2일차인 28일에도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기업 중 사드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참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중국 현지에서 사드 문제 등 외교 현안을 풀어갈 주중 대사조차 임명하지 못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노영민 전 민주당 의원이 일찌감치 초대 주중 대사로 내정됐지만 주미대사의 인선이 늦어지면서 4강(미국·중국·일본·러시아) 대사 인선이 모두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철강산업도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은 권오준 포스코 회장을 향해 "요즘 아마 미국에 철강 수출 때문에 조금 걱정하시죠"라며 "미국 쪽 수출 물량이 제일 많았을텐데 괜찮습니까"라고 물었다. 권 회장은 이에 "철강 회사가 만드는 제품은 미국에 들어가질 못해서 고민"이라며 "저희들은 당분간은 미국에 보내는 거는 포기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철강산업을 무역적자의 주범으로 적시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은 상황어서 당분간은 해결책을 모색하기 힘든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주요 기업인과의 호프미팅'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청와대는 일단 문 대통령과 기업인의 첫 상견례에 만족하는 분위기다. 이례적으로 함영준 오뚜기 회장을 참석 대상에 포함시켜 대기업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중소 협력업체와의 상생·협력 메시지를 보낸 것이 효과를 봤다고 판단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함 회장을 보며 "요즘 젊은 사람들이 오뚜기를 '갓뚜기'로 부른다더라"며 "고용도 그렇고, 상속을 통한 경영승계도 그렇고, 사회적 공헌도 그렇고 착한 기업 이미지가 '갓뚜기'라는 말을 만들어 낸 것 같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기업인들은 문 대통령에게 선물 보따리도 풀었다. 구본준 LG 부회장은 "LG 디스플레이에서 1000억원의 상생펀드를 조성했고, 이 중 50%는 2·3차 협력업체를 직접 지원할 예정"이라며 "LG와 1차 협력업체의 계약 시 1차 협력업체와 2·3차 협력업체의 공정거래를 담보하도록 하는 조항을 포함시키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금춘수 한화 부회장은 "상시업무 종사자 85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즉석에서 밝히기도 했다.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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