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경제는 결국 기업이 한다'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밖에 나와 보니 나라경제가 기업 따로, 정부 따로가 아니고 함께 손잡고 뛰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여러 과제가 있지만 먹고사는 게 첫째로, 경제는 결국 기업이 한다. 나와 보니 더 실감 난다"2004년 9월 러시아를 방문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러시아를 찾은 재계 총수와 경제5단체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간담회에서 기업의 역할을 각별히 강조하며 이 같이 말했다. 당시 이건희 삼성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구본무 LG 회장 등 총수들도 대거 동행했다. 노 전 대통령은 러시아 방문 직전 청와대에서 15대 그룹 총수 및 경제단체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국민경제를 위해 열심히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당시 의제는 투자 활성화였다. 전경련이 15대 기업의 투자계획을 발표했고 대다수 참석자들은 정부 정책에 적극 협력하겠다면서 서비스, 노동, 투자, 입지 등에서의 규제완화를 건의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내수와 투자가 부진하지만 투자와 고용을 확대하면 선순환 구조로 바뀔 것"이라며 "사회적 책임의 나눔경영, 중소협력업체 상생경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한 직후 재계는 노 전 대통령의 반(反)기업성향과 재벌정책을 우려했다. 노 전 대통령은 노동계로부터 '친기업 행보'라고 비판을 받을 정도로 재계와 자주 소통했다. 취임 첫해에는 청와대 인근 삼계탕집으로 이건희ㆍ정몽구ㆍ구본무 회장 등 방미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했던 재계 인사들을 초청, 오찬을 했다. 구본무 LG 회장 부부를 청와대 관저로 초청해 만찬을 갖기도 했고 이건희ㆍ정몽구 회장과 따로 만나고 주요 기업의 사업장을 직접 찾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대ㆍ중소기업 상생 협력을 확산시키는 데 주력했고 상생의 경제모델로 한국형 '뉴딜 프로젝트'를 경제도약을 위한 전략으로 내세워 추진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15대 대기업 총수들이 내달 만난다. 앞서 방미경제사절단과의 티타임이 상견례였다면 내달 회동은 대통령과 재계의 첫 공식 회동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높다. 각 그룹에서는 '건강한 기업 생태계 조성',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기업 역할', '대ㆍ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확산' 등의 의제에 맞는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미국행 비행기 안에서 "친(親)노동이 맞지만 한편으로는 친기업"이라고 했다. 친노동과 친기업이 양립하면 좋겠지만 재계는 '재벌개혁'만 보인다고 아쉬워한다. 문재인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인 일자리 창출과 고용안정을 위해서는 노사정이 협력해야 한다. 정경(政經)유착이 아닌 정경협력을 위해 정부와 재계의 소통이 이번 회동을 계기로 활발해질 필요가 있다. 이경호 산업부 차장 gung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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