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돈 내는' 직장인들…'월급 받으면 뭐하나요'

신입턱·수습턱·휴가턱·승진턱 등 '한턱 문화' 여전…매달 내는 커피값·간식비도 부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 "월급이 200만원도 안 되는데 신입턱이라며 상사가 회식비 40만원을 내라고 했어요."지난 4월 한 기업의 신입사원이 된 김모(28)씨는 월급을 받아도 회사에 다시 써야 하는 문화 때문에 취업의 즐거움을 모두 잃었다. 김씨는 "첫 월급 받으면 부모님께 다 드릴 생각이었는데 신입턱 등을 제외하고 남은 돈이 너무 적어 결국 그 다음 달 월급까지 합쳐서 드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월급을 받아도 다시 회사에 돈을 내야 하는 문화 때문에 직장인들의 한숨이 늘고 있다.특히 김씨와 같은 신입들에겐 그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상사들보다 월급이 상대적으로 적은데다 취업 후 여러 곳에 돈을 써야하기 때문이다. 5월에 취업한 이모(27)씨는 "신입턱을 내라고 하는데 너무 싼 데 갈 수는 없어서 1인당 3만원 정도 드는 곳으로 골라 25만원을 썼다"며 "첫 월급으로 옷도 좀 사려고 했는데 자취방 월세 내고 생활비 조금 떼고 보니 남는 게 없었다"고 얘기했다.점심 식사 후 커피를 마시기 위해 카드 뽑기, 사다리타기 등을 한 뒤 한 명이 몰아서 계산하는 것도 신입들은 불만족이다. 돈을 아끼기 위해 굳이 커피를 마시고 싶지 않은 날도 있지만 상사들 눈치가 보여서 어쩔 수 없이 매번 카드를 내밀어야 한다는 것.간식비도 마찬가지다. 또 다른 직장인 이모(28)씨는 "간식은 잘 먹지도 않는데 입사하자마자 상사로부터 간식비를 매달 5만원 내라는 소리를 들었다"며 "어이가 없었지만 밉보이지 않기 위해 5만원씩 내고 있다"고 말했다. 입사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수습을 떼는 사람들에게 '수습턱'을 강요하는 회사도 있다. 수습기간을 마치면 월급이 조금 늘어나는데 상사들은 이를 '공돈'으로 보기 때문이다. 여름휴가를 앞두고는 '휴가턱'을 고민하게 생겼다. 휴가턱은 휴가 때 해외로 나가게 되면 현지에서 선물을 사와야 하는 것이다. 만약 선물을 사오지 않으면 휴가를 다녀와서 회사 사람들에게 커피라도 한 잔씩 돌려야 한다. 한모(31)씨는 "휴가턱이 싫어서 해외를 가면서도 국내에 있거나 아무 데도 안 간다는 거짓말을 할 때도 있다"며 "해외여행은 그동안 열심히 일한 자신에게 주는 선물인데 회사 사람들 때문에 이렇게 고민해야 한다는 사실이 짜증난다"고 털어놨다. 연차가 어느 정도 쌓였을 경우엔 '진급턱' 혹은 '승진턱'을 내는 문화도 여전하다. 권모(35)씨의 경우 "승진했더니 사람들이 밥 사라는 소리를 너무 많이 해서 식당을 예약했는데 상사가 축하한다며 대신 계산해줬을 때는 너무 감동이라 '충성해야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며 "어떤 회사는 승진하고 밥을 안 사면 승진 전 직급으로 부르는 곳도 있다고 들었다. 이런 문화는 없어져도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를 두고 '정(情)이란 이름으로 우리 사회에 자리 잡고 있는 적폐'라고 표현했다. 박 연구위원은 "당하는 쪽이 '싫다'고 표현하기 어렵다면 보이지 않는 강제성이 있는 것"이라며 "한턱 내는 문화는 직장에서 사라져야 할 것이자 개인들이 서로 존중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라고 설명했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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