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실험실⑬]천연가스로 연료전지 만드는 촉매

김건태 유니스트 교수 '50억 경우의 수에서 건진 행운'

▲김건태 교수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21세기는 과학기술의 시대이다. 과학기술은 백조(白鳥)를 닮았다. 결과물은 매우 우아하고 획기적이다. 성과물이 나오기 까지 물밑에서 수없이 많은 발이 움직이고 있다. 그 과정은 힘들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연구원들의 발짓이 우아한 백조를 만드는 하나의 밑거름이다. 과학기술은 또한 백조(百兆)시대를 열 것이다. 하나의 기술이 100조 원의 가치를 창출한다. '백조 실험실'은 하나의 성과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실험실 현장의 이야기를 매주 한 번씩 담는다.[편집자 주]<hr/>세계 연료전지 시장은 연평균 85%의 성장세를 보였다. 2013년 시장 규모는 1조7000억 원에 달했다. 2018년 5조1000억, 2023년 38조6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면서도 안전한 에너지를 바라는 사람들이 늘면서, 연료전지 수요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김건태 유니스트(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는 연료전지에 들어가는 '촉매'를 개발하는 과학자다. 촉매는 반응에 참여하는 물질 사이에서 효율을 높여준다. 연료전지 성능과 직결되는 물질이다. 김 교수는 최근 새로운 촉매를 개발했다. 수소는 물론 천연가스를 바로 써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강력한 촉매 물질이다. 이 물질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김 교수가 미국 유학 때 '이중층 페로브스카이트'를 개발한 다음부터 15년 정도 꾸준히 연구한 끝에 맺은 결실이다. 이중층 페로브스카이트는 산소가 잘 이동한다. 표면특성도 우수해 연료전지의 성능을 높이는 데 안성맞춤이다. 문제는 이 구조에 들어갈 원소들을 조합하면 50억 가지 경우의 수가 나온다는 데 있었다. 더 좋은 촉매를 만들려면 실험하고 분석하기를 부지런히 반복해야 했다. 10년 정도 실험한 결과가 쌓이자 수소가 아닌 탄화수소를 바로 써도 되는 촉매 물질(PBMO)을 찾을 수 있었다. 이 물질은 2014년 12월 22일자 네이처 머티리얼스에 보고돼 학계를 놀라게 했다. 최근에 만든 촉매 물질은 PBMO에 전이금속을 결합시킨 형태다. 3년 동안 1000여 장의 전자현미경 사진을 분석한 결과, 전이금속이 연료전지 작동 환경에서 또 다른 촉매처럼 쓰인다는 게 확인됐다. 물질 내부에 있던 전이금속이 표면으로 올라오면서 연료전지의 안정성과 성능이 더 좋아진 것이다. 김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촉매 물질을 연료전지에 적용하면 집집마다 천연가스로 전기를 만드는 소형 고체산화물 연료전지를 설치할 수 있다"며 "비싼 수소를 쓰지 않아도 되고 폐열로 온수도 공급할 수 있어 전기세를 줄이면서 전력대란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료전지 분야에서 원천기술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며 "아직은 피부에 와 닿지 않는데 연료전지 시대가 오면 우리 기술이 빛을 발할 것"이라고 기대했다.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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