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영기자
(사진=A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대만에 1조원대에 달하는 무기 판매 계획을 승인했다. 북한 문제를 놓고 대중(對中)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미국이 중국의 가장 민감한 사안 중 하나를 건드리면서 이를 둘러싼 양국 간 갈등이 예상된다. 29일(현지시간) 미 국무부는 14억2000만달러(약 1조6200억원)의 무기를 대만에 수출하는 안건을 승인해 이를 의회에 통보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전했다. 미국이 대만에 판매하기로 결정한 무기는 조기경보 레이더 관련 부품과 미사일, 어뢰, SM-2 미사일 부품 등 총 7개 품목으로 방어체계를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하는 등 기존의 방어력을 한층 높이는 무기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무부로부터 이같은 사실을 통보받은 미 의회는 30일 이내에 이번 무기 수출건에 대한 거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중국 측 반발을 의식한 듯 "우리의 오랜 '하나의 중국' 정책에는 변화가 없으며 (이번 무기 판매는) 대만이 충분한 자기 방어능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지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의 이같은 결정이 최근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미 상원 군사위원회가 이날 '2018년 국방수권법(NDAA)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도 이같은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개정안에는 대만 남서부의 가오슝(高雄)이나 다른 항구에 항공모함 등 미 함정의 입항을 승인하도록 하는 것과 대만의 잠수함·기뢰 능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미 국방부가 기술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미 해군은 1979년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한 후 해군 함정을 대만에 정박시킨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가까운 톰 코튼 상원 의원이 이 개정안에 대만 관련 조항을 추가했다고 전해지면서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과 직후 '하나의 중국'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지난 2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만남에서는 이를 지지한다고 입장을 바꾸면서 혼란을 주기도 했다. 중국은 트럼프 정부 출범 후 처음이자 2015년 12월 이후 1년반만에 대만으로의 무기 판매를 결정한 데 이어 미 항모의 가오슝 입항이 현실화되자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 법안은 중국 내정에 대한 간섭으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엄중한 우려와 결연한 반대를 표시한다"고 말했다. 이에 반대로 대만 국방부는 "대만 국방안보와 지역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며 미 해군 함정의 기항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 주요 언론은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와 법안 처리 등을 포함한 일련의 조치들이 트럼프 행정부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되돌리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