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아시아경제 원다라 기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침체된 건설경기로 실적이 악화된 삼성물산의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삼성물산이 합병을 대가로 일성신약에 무상으로 건물을 지어주거나 삼성물산 주가를 약 2배 가격으로 매수하겠다고 제안했다는 특검측의 주장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32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신 삼성물산 대표이사(사장)는 이같이 말했다. 특검은 이날 김 사장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이 부회장의 승계를 위한 것이었는지, 합병을 위해 수주를 포기하는 등 삼성물산 실적을 조작하려 한 것은 아닌지 등을 질문했다.
◆ "합병 안 했다면 삼성물산 주가 더 떨어졌을 것…신용도 하락·유동성 위기 직전"김 사장은 "삼성물산의 합병 결정은 경영상의 판단이었다"며 "삼성물산이 합병하지 않을 경우 더 큰 주가하락이 있었을 것이고 실제 다른 건설사 주식은 삼성물산 주식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그 시점에 합병 하지 않았다면 신용평가가 떨어지고 유동성 위기까지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제일모직이 42% 갖고 있던 바이오 시가총액이 16조 가까이 돼 삼성물산 자산이 7조 가까이 늘어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5400억원 가량의 손실을 입은 2015년, 2016년에는 직원들이 1년에 한 번 지급하는 성과 인센티브를 하나도 받지 못했고 직원 수 역시 1년에 20%가량 줄여야 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실적을 일부러 좋지 않은 것처럼 조작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 "일성신약 주장은 사실무근…오히려 일성신약 측 제안을 삼성이 거절"특검은 윤석근 일성신약 부회장 증언을 토대로 김 사장이 일성신약 측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위해 사옥 건립, 주가 고가 매수 등을 제안한 사실이 있는지 등을 질의했다. 윤 부회장은 지난달 19일 증인으로 출석해 "삼성물산에서 1500~1900억원 규모의 사옥을 무료로 지어주고 일성신약이 보유한 구 삼성물산 주식(당시 1주당 5만7234원)을 주당 9만원에 사주겠다고 제안했다"며 "삼성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승계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김 사장은 "미래에셋에서 주식을 (9만원에) 사겠냐고 제안해왔고 바로 거절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사옥 건립은 지난 2013년 일성신약에서 먼저 제안한 것이고 실무진에서 검토 후 할 수 없다고 답한 바 있다"며 "그런 규모의 제안을 하기 위해선 이사회 결의를 해야 하는만큼 현실적이지 않다"이고 덧붙였다.또 "당시 삼성과 엘리엇 사이에 치열한 법적 공방중이었던 만큼 (승계를 위해) 일성신약만 주당 매수가보다 비싸게매입하면 형사 고소를 당할 가능성이 있는데다 법률상 그러한 매수는 불법이라 가능성조차 없는 일"이라고 답했다. ◆ 특검 "주가 조작 안했다는 증언 믿을 수 없어…결국 승계 위한 작업" VS 삼성 "근거없는 의혹…합병으로 삼성물산 주가 11.3% 하락에 그칠 수 있었다"특검은 이날 증언을 바탕으로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정을 하는 것도 많이 발각이 되고 있다(삼성물산도 주가 조작을 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며 "삼성물산 CEO로서는 주가가 저평가 되는 것에 대한 방안을 강구해야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결국 이 부회장의 승계를 위한 작업"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삼성이 합병 과정에서 불리하게 합병비율 이끌어 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실적 낮췄다는 주장은 특검측의 근거 없는 의혹"이라며 "합병비율이 부적절해 마치 국민연금이 손해 보고 대주주 이익 본 것으로 주장하고 있지만 이 사건 합병 무렵 구 삼성물산은 유가상승 환경 악화 등으로 인해 3조원 손실 발생할 정도로 안 좋았다"고 반박했다. 이어 "합병을 발표했던 2015년5월 삼성물산의 주가는 11.3% 하락한데 그쳤지만 현대건설은 40%, GS건설은 33%나 주가가 떨어졌다"고 며 "합병이 안 됐으면 주가 대폭 하락 했을 것이므로 합병으로 인한 국민연금 손실은 현실과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또 "특검측이 제시한 윤 부회장의 증언 역시 신빙성이 없는데다 김 사장의 증언으로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고 덧붙였다.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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