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과열은 투기적 매매 때문'‥부동산 투기와 전쟁 선포한 김현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3일 정부세종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부동산 투기 근절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김 장관은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아직도 이번 과열 양상의 원인을 공급 부족에서 찾는 분들이 계신 것 같다”며 최근 서울 강남 등 부동산시장의 과열 이유는 공급 부족이 아닌 다주택자의 투기적 매매 때문이라고 지적했다.실제 지난 5월과 지난해 5월 실제 집을 구매한 사람들을 조사해 비교해본 결과 무주택자와 집을 한 채 가진 사람들이 집을 산 비율은 줄어든 반면 집을 세 채 이상 가진 사람들의 주택 구매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특히 집을 다섯 채 이상 가진 사람들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에서만 53%가 늘어났다.서울 용산·성동·은평·마포구 등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에서도 5주택 이상 보유자들이 움직였다. 은평구는 95%, 용산구와 마포구는 각각 67%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김 장관은 이번 부동산시장 과열 양상이 실수요자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또 다른 근거로 집을 구입한 연령을 제시했다. 강남 4구에서 지난해와 비교해 주택거래량이 가장 두드러지게 증가한 세대가 바로 29세 이하였다는 것이다. 40~50대의 강남 4구 주택 구입이 지난해 5월에서 올해 5월 14% 늘고 60~70대는 줄어든 반면 29세 이하는 54%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김 장관은 “경제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세대가 개발 여건이 양호하고 투자 수요가 많은 지역에서만 유독 높은 거래량을 보였다는 것은 편법 거래를 충분히 의심할 만한 정황”이라고 설명했다.‘국토는 국민의 집’이라는 명제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김 장관은 “아파트는 돈이 아니라 집”이라며 “돈을 위해 서민들과 실수요자들이 집을 갖지 못하도록 주택시장을 어지럽히는 일이 더 이상 생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그는 “이번 대책은 그런 분들에게 보내는 1차 메시지”라며 “부동산 정책은 투기를 조장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정부가 결정해야 한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 달라”고 당부했다.국토부가 중점을 둬 추진할 정책 과제로는 첫째로 서민 주거 안정을 꼽았다. 집·전월세·이사 걱정 없는 ‘주거 사다리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 청구권 도입으로 세입자와 집주인 간 권리의 균형점을 찾겠다는 의지도 밝혔다.둘째로는 균형발전 가치 재정립을 들었다. 김 장관은 “세종시와 혁신도시·기업도시·새만금 등 핵심 사업은 수년간 이어져 왔지만 지금까지 외형적인 틀을 갖추는 데 치중해 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제는 이들이 실질적인 성장 거점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 방안들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도시재생 뉴딜 정책도 중요한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적극적으로, 또 체계적으로 추진해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물론, 일자리 창출과 성장동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역설했다.셋째로는 비정상적인 관행 혁파를 주문했다. 건설·운수업의 각종 관행이 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일자리 개선과 창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 장관은 “좀 더 과감한 개혁을 통해 업계와 종사자가 상생할 수 있는 산업 여건을 만드는 데 박차를 가해야 한다”며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양산과 위험의 외주화 관행 또한 반드시 청산해야 할 악습”이라고 꼬집었다.교통서비스 공공성 강화도 강조했다. 그는 “고속도로 통행료와 철도 움임을 개선할 여지는 없는지,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 요금을 더 인하할 방법은 없는지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먼저 그동안 공공기관의 수익성 관점에서 바라보았던 기존의 인식을 과감히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김 장관은 정책 과제 제시에 그치지 않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당부도 덧붙였다. 그는 “줄은 화장실에서만 서자”며 “인사는 줄이 아니라 능력이라는 조직문화를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가겠다”고 했다.숫자로 현실을 왜곡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표출했다. 김 장관은 “숫자는 현실을 파악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며 “현장과 괴리된 통계는 정부에 대한 불신만 키운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업계보다 국민을 먼저 걱정하는 국토부가 되자고 주문했다. 그는 “대한민국헌법 제7조는 공무원을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 규정하고 있다”며 “국민 전체의 이익에 반하는 일은 관행이라는 단어로 포장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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