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 한미정상회담 앞두고 대북기조 조절 움직임

NSC서 北 미사일 도발 강력 비판…대화 메시지 사라져

민간단체 방북 성사 무산한미동맹 재확인에 역량 집중

문재인 대통령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정부가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북 기조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달까지 언급됐던 '대화'는 사라지고 '제재와 압박'을 강조하며 미국과 공조를 강조하는 모양새다.문재인 대통령이 8일 북한의 순항미사일 도발에 대해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어 강력하게 비판한 것이 단적인 예다. 문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에서 NSC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북한이 도발로 얻을 수 있는 것은 국제적 고립과 경제적 난관뿐이고 발전의 기회를 잃을 것"이라면서 "우리 정부는 국가안보와 국민안위에 대해 한 발짝도 물러서거나 타협하지 않을 것을 천명한다"고 말했다.정부 안팎에서는 문 대통령의 이 같은 강경발언이 나온 배경에 한미정상회담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당국자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미국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점을 염두에 두지 않았겠냐"고 말했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소위 '코드 맞추기'에 돌입했다는 얘기다.이와 관련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9일 사드 배치 논란과 관련해 "정부는 한미동맹 차원에서 약속한 내용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의도는 없다"고 강조했다.북한에 대한 고강도 반응은 정부의 민간단체 방북신청 기조가 다소 신중을 기하는 쪽으로 바뀐 점에서도 감지된다.통일부는 지난달 10일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이달 2일까지 총 10곳의 민간단체의 대북접촉을 허용했다. 하지만 이번 주 들어 대북접촉 허용은 한 곳도 없었다.또 6·15 공동선언 17주년을 맞아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추진된 남북 공동행사의 평양 개최도 무산됐다.6·15 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이하 남측위) 관계자는 9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초청장을 아직 보내오지 않은 것도 있지만 우리 정부가 방북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히지 않았던 게 더 큰 이유로 본다"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한미정상회담이 방북승인을 막은 요인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듯 "민간단체의 북한과의 교류는 한미정상회담 등 정치적인 이슈와는 상관이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정부의 이 같은 기조에 따라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도 당분간 낮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북한의 인터넷 선전 매체 '메아리'는 이날 정의용 안보실장의 사드 배치에 대한 입장에 대해 ""남조선 당국이 '사드 배치 조사는 기존 결정을 바꾸거나 미국에 다른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느니, '이해해 달라'느니 하고 미국에 구차스럽게 행동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한 민간단체 관계자는 "대화의 필요성을 남북이 공감하지만 타이밍은 잘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쪽이 대화를 원하면 다른 쪽이 거부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음을 꼬집은 것이다.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하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전 정부에서 대통령 탄핵으로 정상외교가 5개월가량 중단되면서 발생한 외교공백을 메우고, 동시에 한미동맹을 다시 한번 강조하려는 목적을 달성하려는 의도가 강하다.이와 관련해 정 실장은 "이번 회담은 양국의 신정부 출범 이후 양정상 간 첫 만남인 만큼 정상 간 긴밀한 유대와 공고한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매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그러면서 지난 주 워싱턴을 방문해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토머스 섀넌 국무부 차관과 만나 정상회담 일정과 의제 등을 협의한 사실을 거론하며 "미국 측은 최고의 예우를 갖춰 문 대통령을 맞이하겠다는 계획임을 분명히 했다"고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청와대는 정부의 합동답사단이 귀국한 이후인 다음 주 구체적인 방미일정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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