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1' 경제민주화만 풍년…찬밥된 구조조정

상법개정안 등 경제민주화 공약 대거 제시'성장 한계' 봉착한 산업 구조조정 '오리무중'노동자 표심 의식…구조조정 당위성 설득없어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새정부에서 추진해야할 경제정책 가운데 산업 구조조정은 유독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후보들 마다 경제민주화 관련 공약을 대거 선보이며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과는 결이 다르다.구조조정은 시장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에도 박근혜 정부의 구조조정 실패를 지적하는 대신 자신만의 차별화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이번 대선에서 각 후보 진영에서는 비슷비슷한 경제민주화 공약들을 제시하고 있다. '기회의 평등'을 내세워 각종 경제입법과 대기업집단(재벌) 경영 개입, 노동 규제 강화 등을 경제민주화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상법개정을 비롯해 최저임금 인상 등이 대표적이다.지난 2월 국회에서 통과가 무산된 상법개정안을 나란히 공약하고 있다. 상법개정안에는 집중투표제, 다중대표소송제, 전자투표제 도입과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이 포함됐으며, 그간 계속 제기돼왔던 소액주주의 권한을 높이는 것으로 경제민주화 정책의 핵심내용으로 꼽힌다.보수진영의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도 다중대표소송과 전자투표제 도입 등 상법개정안 중 일부 조항에 긍정적이어서 차기 정부에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이외에도 노동 정책에서는 어느 후보가 대권을 잡든 최저임금은 단계적으로 1만원까지 인상되고, 근로시간은 점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 감축 등 굵직한 노동 정책에서 각 후보가 방향성이 대체로 비슷한 결과, 이번 대선전에서 가장 뜨거운 정책 이슈로 떠오르는 모양새다.기실 경제민주화는 2013년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주요 공약으로 제시되면서 당선에 큰 기여를 한 바 있다.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만큼 박 정부에서 결실을 맺지 못한 만큼 차기 정부에서 더욱 확고하게 추진을 하기를 염원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개인 및 기관투자자들이 17일 오전 10시에 열린 사채권자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반면 산업 구조조정은 주요 공약에서 찾아볼 수 없다.'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산업 개혁을 준비하겠다는 밑그림만 제기됐을 뿐 대우조선을 비롯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구조조정을 어떻게 이어받아 마무리할지에 대한 대안 제시는 전무하다.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분야 연구개발이나 스타트업, 벤처 지원 등 산업 육성에만 방점이 찍히고 있을 뿐이다.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대표적인 업종인 조선의 경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해운선사의 신규발주를 지원해 조선산업의 국내 수요를 창출하겠다"며,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경남 거제를 조선산업 특구로 지정해 일자리를 보호하고 실업 지원금을 보장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대우조선과 관련해서도 문 후보는 "박근혜정부의 조선·해운 구조조정은 명백히 실패한 정책이며 무능과 무책임의 표본"이라며 "하지만 조선업은 여전히 국제 경쟁력이 있는 산업이고 고용 측면에서도 반드시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후보는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조선, 해운, 물류가 연결되는 융합 산업으로 발전시켜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했다.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대우조선에 대해 실직자 대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일자리와 노동자를 위협하는 구조조정에 반대한다는 구호만 나오는 셈이다. 노동자 표심을 의식해 구조조정의 필요성이나 당위성을 설득하려는 후보는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최근 우리 주력 산업은 신기술 개발과 시장·트렌드의 변화, 중국과 동남아 후발국의 추격 등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지속성장을 위해 산업 구조조정이 절실한데 그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이 절실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산업이나 기업의 구조조정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기업 스스로에 의한 자발적 구조조정이 원칙"이라면서도 "그렇지만 경쟁력을 강화하는 정책, 경쟁력이 상실되는 부문을 과감히 조정해 효율적으로 자원이 재분배되도록 유도하는 구조조정 정책은 정부의 몫"이라고 말했다.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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