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감세는 오히려 투자 위축 부를 것'

[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미국의 감세 정책은 득보다 실이 크고 궁극적으로 오히려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감세는 환율과 함께 ‘트럼프노믹스’의 핵심 정책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경제에 감세가 맞는 정책일까?’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단기적으로 감세 정책 추진이 추가적인 금융시장의 상승 동력이 되기보다는 지루한 공방의 시작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세제개편안이 시행되기 위해서는 의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정 연구원은 “이번에 발표된 세제개편안은 5월 초순이나 중순에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2018 회계연도(2017년10월1일~2018년9월30일) 예산안과 함께 처리되는 과정을 거칠 것이다. 의회 내 본격적인 줄다리기는 이때 시작된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효과 면에서도 과거 사례나 현재 미국 여건을 감안할 때 큰 효과를 얻기 어렵다고 봤다. 정 연구원은 “지난 8년동안 민주당 정권을 거치며 잠시 잊고 있었지만 감세는 트럼프만의 무기가 아니다”면서 “1970년대 이후 미국의 공화당 정부는 집권 초기 감세를 가장 중요한 경제 정책의 도구로 삼았다”고 지적했다. 1982년 2월 레이건 정부는 경제회복세법(ERTA, Economic Recovery Tax Act)을 발표했다. 개인소득세 최고한계세율을 70%에서 50%로 인하하는 것과 기업 감가상각제도 완화로 기업 과세소득의 축소를 유도하는 것이다. 조지 워커 부시 정부는 집권하자마자(2001년 6월) 경제성장 및 조세감면법을 마련해 개인소득세 최고한계세율 39.6%에서 35%로, 최저한계세율을 15%에서 10%로 내렸다. 결과는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고 한다. ‘감세→재정 악화→금리 상승→달러 강세→제조업 또는 기업 실적 위축→투자 위축’의 과정을 거쳤다는 것이다. 정 연구원은 “집권 첫해 기대감에 잠시 반등했던 성장률은 반락했으며 정부의 재정수지는 빠르게 악화됐다. 경기가 악화된 것은 기업들의 체감 경기와 투자가 부진한 데 기인한다”고 했다. 투자가 부진했기 때문에 고용이나 가계소득 증가가 이뤄지지 않았고 이로 인해 소득세가 인하됐음에도 불구하고 소비가 늘지 않았다고 한다. 정 연구원은 “금리와 환율 같은 가격변수가 정책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도 법인세를 15%로 인하하면 향후 10년간 2조2000억달러의 세수가 줄어드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만큼 채권 발행 압력과 금리 상승 압력이 커지는 것이다. 정 연구원은 “과거 공화당 정부는 결국 인위적인 외환시장 개편에 손을 댔다. 레이건 정부는 장기간의 수업료를 지불하고 1987년 플라자 합의를 통해 미 달러의 추세를 인위적으로 약세로 만들었으며 레이건만큼 여유가 없었던 부시 정부는 2003년 두바이 G7회담에서 유로화 강세를 인위적으로 유도하며 이 어려움에서 벗어났다”고 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노믹스 역시 얼마만큼 수업료를 지불할지는 알 수 없지만 외환시장의 인위적인 개편으로 귀결되리라 판단한다”고 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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