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오기자
▲이민형 연구위원
연구개발 활동의 기본적인 속성은 불확실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더구나 우리 앞에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지금까지 겪어보지 않은 광범위한 변화와 불확실성이 놓여 있다. 그런데 융합혁명이라 불리는 새로운 변화는 그 속성 자체도 두렵지만 무한 혁신경쟁이라는 치열한 시장경쟁과 맞닿아 있어 기존의 다양성과 유연성 수준을 뛰어넘는 초다양성과 초유연성이 필요하다. 지금과 같이 정부가 지배하는 제한된 자율구조의 틀 속에서 융합혁명의 파고에 맞선다는 것은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서 바닷속 보물을 찾는 것과 같다. 지금의 상태로는 혁신환경의 변화와 빠른 시장 수요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시장혁신 선도라는 우리의 국가경쟁력 과제를 해결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정치적 대격변의 흐름 속에 최근 분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지만 아쉬운 점은 지방분권이나 부처간 권한조정과 같은 정부 단위에서의 권한 조정에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혁신의 현장인 시장과 사회의 빠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주체들간의 권력 분산을 넘어 변화에 직접 맞서는 전문가들의 유연한 접근과 문제해결 역량이 중요하다. 지방분권을 통해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권한이 이전된다고 하더라도 전문가가 배제된다면 실질적인 문제는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중앙에서 지방으로의 권한 이전보다 정부에서 전문가 조직으로의 권한위임이 문제해결에는 더욱 중요한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파고는 글로벌 차원의 거대한 위협이지만 위험을 기회로 만드는 것은 각 나라의 전문가 역량과 시스템의 적합성에 달려 있다. 우수한 혁신성과를 창출해 글로벌 혁신시장에서 경쟁하려면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의 자율과 책임체제가 확립되는 것이 마땅하다. 자율은 분권화라는 큰 산을 넘지 못하면 확보되지 않는다. 특히 권한의 핵심부분인 인사권과 예산권에 대한 자율권이 확보되지 못한다면 자율은 일시적이거나 제한된 수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지금까지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은 늘 혁신의 대상으로 지목되어 구조나 제도의 개편방안이 적용되었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인사권과 예산권에 대한 자율권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실질적인 자율운영체계도 없이 구조 개편만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연구개발성과를 얻을 수는 없는 법이다. 전문가들이 열정적으로 경기에 임하도록 하려면 충분한 요건을 갖춘 경기장을 먼저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나서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게 이치다. 지난 30년 동안 얽혀 있는 실타래를 푸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이민형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