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앤비전]전자상거래 무역과 속도경쟁

한진현 KTNET 사장(前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아마존이 스마트 데이터, 인공지능(AI), 자율트럭, 로봇, 드론에 투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빅 데이터를 넘어서서 더 정제되고 표준화된 스마트 데이터를 추구하는 이유는 고객에게 더욱 신속하게 다가가기 위해서다. 지난해에는 아마존이 또 한 번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드론배송을 하면서 공중에서 택배 상자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제품 손상이나 사람이 다칠 수 있어 '낙하산'을 부착해 제품의 손상 없이 배달하는 것인데, 지난해 12월 영국 케임브리지 인근 농가에서 주문한 2㎏ 남짓의 소화물을 드론에 실어 구매자 집 앞 잔디에 내려놓는 데 성공했다.우리의 무역시스템에도 획기적인 변혁이 있었다. 1997년 10월 국가정보화추진회의에서 처음으로 '무역자동화계획'이 확정되었다. 수출 신용장개설에서 수출입신고에 이르는 무역업무전반을 사무실에서 컴퓨터로 처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관세청을 비롯하여 관세사, 외국환은행, 인증기관, 협회, 보험사, 운송사 등 모든 무역 관련기관이 전자무역시스템에 연결되어 있어, 이러한 시스템을 이용하면 수출입업체는 서류 없이 무역 전체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기존에 평균 4주가량 걸리던 업무처리기간이 1주로 단축되었고, 수출입 업무처리 비용도 80%가 절감되었다. 인터넷이 보편화되었고 온라인 트레이딩이 클릭(Click)하나로 이루어지는 현 시점에서 볼 때는 당연하다고 할지 모르나 그 당시에는 혁신적인 시스템 개혁이었다. 필자는 지난해 말 케냐의 대표단들과 ICT 비즈니스 상담기회를 가졌다. 케냐는 화훼산업이 발달되어 있어 꽃을 주로 암스테르담과 동경으로 수출하고 있다. 생산단가가 저렴하고 태양이 강렬해서 꽃의 색깔이 좋아 인기 수출품이다. 그런데 문제는 케냐의 꽃이 암스테르담이나 동경에 도착할 때쯤 꽃의 2~30%가 시들어버려서 상품가치를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꽃을 수출하려면 케냐 자국 내 여러 기관의 승인, 인증절차 등을 거쳐야 하는데, 행정절차 진행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수출 타이밍을 잘못 맞추게 된단다. 우리는 케냐 대표단들에게 한국의 전자무역시스템을 보여주며 전자상거래 무역의 스피드를 경험토록 하여 좋은 반응을 얻었고, 다행히 이러한 노력은 해외수주(케냐 조세청의 데이터 센터 구축사업)로 연결되었다.세상이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 변화 속도를 좇아가지 못하는 기업들은 도태되고 말 것이다. 경영학자 존 코터(John P. Kotter)는 "지금 우리는 유래 없는 불확실성과 변화의 영역으로 들어서고 있으며 이러한 환경 속에서 전력을 다해 변화 속도를 올리지 않는 기업은 옆에서 구경만 하는 존재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과거에는 국가 간 비즈니스 거래는 네트워크가 많은 대기업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시대가 변화하여 전자상거래가 보편화되고 있다. 중소기업의 시각에서 보면 전자상거래와 인터넷의 도움으로 글로벌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수출기회가 열린 것이다. 국내에서만 경영을 하면 접근할 수 없는 수많은 잠재고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 더욱이 올해 2월 발효된 세계무역기구(WTO)의 무역원활화협정(Trade Facilitation Agreement)은 디지털시대에서 투명성이 결여된 규제나 불필요한 서류작업을 없애 중소기업의 글로벌 진출에 기여할 것이다. 우리는 전 세계 어디에서든 스마트폰 터치 한번으로 물건이 즉각 배달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오프라인 무역에 맞추어져 있는 현재의 전자무역시스템으로는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온라인 무역을 지원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다. 전자상거래 파워셀러가 해외에서도 팔릴만한 상품의 국내 제조업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거래선 발굴부터, 신용조회, 계약, 대금정산까지 전자적으로 편리하게 이루어져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출물품의 제조, 유통, 수출에 이르는 방대한 거래정보를 인공지능(AI)을 통해 구매자와 공급자를 바로 연결해주는 거래선 매칭이 가능해져야한다. 여기에 물류 정보를 취합하여 빅데이터 분석으로 수요 예측까지 선제적으로 제공해주는 스마트 물류시스템이 갖추어진다면 전자상거래 시대에 생존을 위한 속도의 혁신이 가능할 것이다.<한진현 KTNET 사장(前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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