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있는 풍경]'발달장애 편견 깨고 바리스타로 취업하고 싶어요'

'더 노력하면 장애인 꼬리표 떼겠죠'…자격증 따고 대형카페서 일하는 게 꿈

20일 서울 양천구 사회적경제원센터 내 문을 연 희망카페 2호점에서 김영성(왼쪽)씨와 이진명씨가 커피를 만들고 있다. (사진=양천구 제공)

[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 "커피를 통해 발달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어요."20일 오후 서울 양천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안에 문을 연 '희망카페' 2호점에서 만난 발달장애인 김영성(29·남)씨의 말이다. 희망카페는 발달장애인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곳으로 1호점은 양천구 해누리타운에 있다. 1호점에서 일하는 김씨는 이날 2호점을 지원하러 나왔다.김씨는 '편견을 깨고 싶다'는 말을 수차례 강조했다. 발달장애인도 비장애인처럼 일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의미에서다. 그는 "장애가 있어도 일만 잘하면 되지 않냐"며 "내가 비장애인처럼 일하면 발달장애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그만큼 본인에게는 엄격하다. 같은 일을 해도 비장애인이 들이는 노력의 몇 배를 더해야 해서다. 김씨는 "솔직히 발달장애인이 비장애인처럼 일한다는 건 기적에 가깝다고 본다"며 "그래도 여러 번 하다보면 나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고 자신감이 생길수록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에 대한 기준이 높아진다"고 얘기했다. 앞으로 희망카페 2호점에서 일하게 될 이진명(37·여)씨는 발달장애인이 운영하는 카페가 자꾸 늘어 더 이상 새롭지 않다는 데 대해 긍정적이었다. 발달장애에 대한 편견이 깨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 내에만 양천구를 비롯해 영등포구, 서초구, 중랑구 등지에 발달장애인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카페가 여러 군데다. 이씨는 "우선 발달장애인들이 일할 수 있는 곳이 늘어서 좋고 우리도 비장애인처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고 설명했다.김씨와 이씨는 손님들에게 맛있는 커피를 내놓기 위해 바리스타 자격증을 준비 중이다. 현재는 희망카페 내 매니저로부터 지도를 받거나 장애인 일자리 작업장 '희망일굼터'에서 바리스타 양성 과정 수업을 듣고 있다. 희망카페에서 경력을 쌓고 훈련을 한 뒤 자격증 시험에 도전할 생각이다. 아직은 뜨거운 음료만 만들 수 있지만 조만간 차가운 음료를 만드는 법도 배울 예정이다. 이들이 가장 자신 있게 만들 수 있는 메뉴는 '아메리카노'다. 두 사람의 최종 목표는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등에 취업하는 것이다. 김씨는 "발달장애인이기 때문에 자격증이라도 있어야 카페에서 채용해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형 카페에서 일하면서 돈을 많이 벌게 되면 독립도 하고 부모님께 용돈도 드리면서 살고 싶다"는 미래를 얘기하며 눈을 반짝였다. 그의 얘기를 듣던 이씨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나는 너 따라가야겠다"고 말하며 한참을 웃어보였다.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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