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중소기업 규제개혁은 현재진행형

최수정 중소기업연구원 규제영향평가센터장

 전통시장의 떡, 빵, 젓갈 등 즉석식품을 인터넷으로 주문해 받아본 적이 있는가? 시장구경을 하면서 맛있게 먹었던 식품을 또 먹고 싶을 때 직접 시장을 방문하지 않고도 배달시켜 먹는 것이 지금은 당연시되고 있지만, 2014년 10월 이전에는 법령상으로 제한돼 있었다. 충남의 천연소재 화장품 업체는 계획관리지역 내에서 오염 수준이 낮은 천연소재 화장품 제조시설까지 건축이 금지됐던 입지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공장 신축이 가능해져 투자를 늘리고 고용을 창출할 수 있게 됐다. 정부가 중소기업ㆍ소상공인의 경영상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해 규제개혁을 다각도로 추진한 결과이다. 작지만 많은 불편함을 주는 '손톱 밑 가시'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개선함으로써 국민의 편의성을 증대하는 등 우리 일상생활의 모습을 바꾸어 나가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과거의 일방적인 규제개선이 아니라 '민생중심' 그리고 '현장중심'의 규제개선을 통해 의미있는 성과를 보이고 있는 데에는 민관의 유기적인 협력을 위해 공동으로 설립한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의 역할이 컸다. 추진단은 총 5000여개에 달하는 현장의 애로사항을 발굴하고 1800여개의 과제를 개선하는 성과를 거뒀다. 최근 우리 경제는 대내외 불확실성과 내수위축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경기침체가 장기화될수록 중소기업, 소상공인, 서민 등 민생분야의 고통이 더욱 크다. 특히, 중소기업은 기업의 창업에서부터 폐업에 이르기까지 기업 활동 전반에서 다수의 규제를 직면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직면하고 있는 규제는 2013년도 6월 기준으로 규제개혁위원회 등록규제 1만4177건 중 8291건으로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규제부담은 크다. 2012년 한국행정연구원의 연구에 의하면 20인 미만 기업의 매출액 대비 규제비용부담율은 100인 이상 중기업의 매출액 대비 규제비용부담에 비해 3배 이상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중소기업ㆍ소상공인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식들 중 규제개혁은 추가적 재정지출이 수반되지 않는 효과적인 정책수단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영국, 일본 등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자리창출과 투자활성화를 위해 규제개혁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 규제개혁신문고 등 기존규제를 대상으로 한 규제개혁시스템과 함께 규제비용총량제ㆍ네거티브규제ㆍ일몰제 적용 등 신설 규제를 대상으로 한 규제개혁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기업 체감도는 성과에 비해 높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첫째, 현장성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ㆍ국민과의 접점을 점차 확대해야 한다. 영업장 방문, 현장 간담회, 관계자 심층 인터뷰 등 다양한 방법론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서 현장과 동떨어진 과제가 아닌 현장의 어려움과 불편함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개선을 추진해야한다. 또 완료과제가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되고 있는지, 여건ㆍ상황의 변화에 따라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한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 둘째, 규제개혁 기관간의 협력네트워크 강화가 필요하다. 칸막이식 업무 추진이 아니라 건의과제 등의 정보공유와 상호보완적 협력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시너지효과를 창출해야 할 것이다. 특히 법률개정을 요하는 규제개선 과제의 경우 국회와의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  셋째, 특정 분야에 대한 전략과제 방식의 규제개혁 추진이 필요하다. 민원접수 위주의 단편적인 규제개혁 방식에서 벗어나 규제개선 효과가 큰 분야를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할 필요가 있다. 현재 정부는 제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신산업 분야 성장에 집중하고 있어 기존 산업 중심의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의 애로사항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 여지가 있다. 경제성장을 위한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는 중소ㆍ소상공인들의 고질적인 규제를 개선하는 데도 정부의 관심과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최수정 중소기업연구원 규제영향평가센터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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