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 소재 롯데마트 모습(아시아경제 DB)
[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우리가 왜 롯데 제품 불매 운동을 벌여야 하나요?""롯데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부지를 제공했기 때문이죠. 사드는 미국이 중국의 군사시설을 염탐하기 위해 한국에 배치하는 무기거든요.""그럼 우리는 왜 미국에는 항의하지 않고 미국 제품은 보이콧하지 않는 건가요?""……."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상에서 중국 네티즌 사이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주로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나 중국판 카카오톡 웨이신(微信·위챗) 계정을 통해 사드와 관련한 대화를 나누거나 자신의 견해를 거침없이 피력한다. 최근 들어서는 사드로 촉발된 반한(反韓) 감정이나 한국산 제품 불매 운동이 북한 핵이라는 본질은 뒤로 한 채 특정 국가와 기업만을 타깃으로 하는 건 옳지 않다는 신중론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그동안 반한 정서를 부추긴 일부 관영 매체도 균형 있는 목소리를 전달하는 등 수위 조절에 나섰다. 환구시보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정부가 사드를 문제로 다른 나라와 옥신각신하는 동안 사회 일각에서는 좌절감을 느끼는 국민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중국에서 수백만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인기 왕훙(網紅·파워 블로거) '아야와와'의 언행을 두고도 설전이 벌어졌다. 아야와와가 블로그에 "온라인 상점에서 한국 제품을 모두 내리고 다시는 팔지 않겠다. 270만명의 팔로어에게 영향을 미칠 텐데, 만약 여러분이 주위 10명에게 알린다면 (불매 운동 동참자가) 2700만명으로 늘 수 있을 것"이라고 적자 또 다른 왕훙이 반박하는 글을 올렸다.'왕우스'라는 한 블로거는 자신의 웨이신에 아야와와를 향해 "진짜 불매 운동을 하려면 팔던 제품을 모두 불태워 없애 보라"면서 "불매 운동에 가세하는 대부분은 사드가 뭔지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비꼬았다. 왕우스는 "그들은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중국에서 나가라, 무언가를 불매하자!'라고 외치지만 그렇게 애국심이 불탄다면 중국인이 KFC나 일본 음식을 먹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그들이 주장하는 불매 운동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피폐해진 나라가 있긴 있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주한 미군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발사대 2기와 일부 장비가 지난 6일 C-17 수송기편으로 오산 미 공군 기지에 도착했다. 병력과 나머지 장비들도 순차적으로 전개될 예정이다.(아시아경제 DB)
'런원리스부뤄' 웨이신 계정을 사용하는 블로거는 '사드 위기의 5대 의혹' 제하의 글을 올려 일부 네티즌의 공감을 샀다. 필자는 한국이 사드를 배치하는 합리성이 있는가, 사드는 중국에 얼마나 위협적인가, 동아시아 안보에 가장 큰 위협은 누구인가, 사드에 대한 중국의 반응이 왜 이렇게 격렬한가, 롯데는 왜 집중 타깃이 됐는가 등 5가지 의문을 제시했다.필자는 "한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이웃사촌 북한이 싸움을 걸어와 지난 몇십년 동안 이룬 경제성과를 전쟁의 포화 속에 잃는 것"이라며 "중국은 사드 배치를 단호하게 반대하고 있지만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방어하는 것이 한국의 합리적인 관심 사안이라는 것을 인정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그들 영토에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배치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봤을 때는 주권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군사 시설을 세우고 다른 국가로부터 비판을 받았을 때 중국의 대답은 "우리가 우리 영토에서 무엇을 하든 상관하지 말라"였다면서 이런 논리로 보면 한국은 왜 북한의 현실적인 미사일 위협에 사드를 배치할 수 없느냐고 반문했다.필자는 전문가의 해석에 따르면 중국이 사드를 반대하는 이유는 첫째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 공격 시스템으로 전환될 수 있고 둘째 레이더망이 중국 군사 동향을 빠짐없이 살필 수 있어 국가 안보에 위협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나 "첫 번째 이유는 군사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웃음거리"라며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공격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 지를 모두 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탐지 범위가 2000km까지 도달하는 사드가 한국에 배치된다면 중국의 동북, 화북 지역의 군사 활동은 모두 미국 감시 하에 놓이는데 중국이 진정 우려하는 점이 바로 이것"이라고 주장했다.그는 "하지만 감시는 늘 있어 왔고 기술은 점점 발전하고 있다"며 "중국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반(反)감시 기술을 제고하거나 반대로 상대방을 감시하는 기술력을 높여 서로 감시하는 것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지난해 중국 접경 지역에 탐지 범위가 5000km에 달하는 레이더 시스템을 배치했고 중국 내 파리 한 마리도 정확하게 볼 수 있다고 알려졌으나 중국은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던 사례를 들면서 필자는 "러시아는 중국 편이기 때문에 중국의 모든 것을 들여다봐도 괜찮다는 것인가"라고 재차 반문했다.동아시아 안보에 가장 큰 위협으로는 북한을 꼽았다. 그는 "사드가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려는 것이란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며 "몇몇 모자란 사람들은 북한의 위협에는 관심이 없고 사드가 오로지 중국만을 노린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이어 "중국이 미사일 방어 시스템일 뿐인 사드 배치에 이렇게까지 격렬한 반응을 보이는 데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외라고 여긴다"면서 "사실 사드 문제의 뿌리는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미국을 첫 번째 적으로 여기고 있으며 미국의 모든 행동이 중국을 노리고 있다고 느낀다는 게 필자의 견해다. 냉전이 종식된 지 수십년이 훌쩍 지났지만 양국 간 이념 대립은 여전하며 중국 내부에는 왜곡된 미국의 이미지와 함께 반미 의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는 것이다.필자는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를 집중 공격하는 것은 기업을 인질로 삼아 한국 정부에 압력을 넣으려는 것인데 솔직히 말해 이러한 수단은 대국의 면모를 잃을 뿐더러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사드 문제를 처리하는 데 있어 치우친 관념과 타당하지 않은 수단으로 인해 중국이 궁지에 몰렸다"면서 "한중 관계가 틀어지거나 경제나 외교를 단절하는 것 모두 '살적팔백 자상일천(殺敵八百 自傷一千)'으로, 현재 중국의 취약한 경제 상황에서 경제 싸움을 거는 것은 좋은 점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형세의 승리자는 오직 한중 관계가 나빠지고 중미가 대립하는 것을 바라는 북한 뿐"이라며 "진정한 위험이 어디 있는지 진정한 적이 누군지 모르는 것이 바로 사드 위기가 사국(死局)에 빠진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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