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 김은별 기자, 원다라 기자] 삼성그룹 '운명의 날'이 또 한 번 밝았다. 16일 오전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영장이 기각된 후 또다시 청구된 영장이기 때문에 삼성그룹이 초조할 수박에 없다.이날 아침 한 삼성 계열사 직원은 "서초 삼성사옥으로 출근하는 택시에서도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며 "법원에서 삼성에 대한 반감이 개입되지 않은 법리다툼이 제대로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다른 삼성 직원 역시 "밤새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할 것 같다"며 "직원들이 모이기만 하면 영장 청구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그룹 임직원들이 초조해하는 이유는 이번 영장이 특검의 두 번째 시도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청구한 영장은 기각됐지만, 이번엔 혐의를 추가하면서까지 특검이 승부수를 던졌기 때문에 법원의 결정을 예측하기 어렵다.때문에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의 대응도 더 강경해졌다. 삼성은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재청구에 대해 "법원에서 진실이 밝혀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삼성은 대통령에게 대가를 바라고 뇌물을 주거나 부정한 청탁을 한 적이 결코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삼성은 '최순실과 합의했다'는 것은 사살이 아니며 합의서가 작성된 적도 없다고 일각에서 불거진 의혹에 대해 해명에 나섰다. 지난달 1차 영장 당시 최대한 몸을 낮추던 모습과 태도가 달라졌다. 이제는 더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생각 때문에 강하게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삼성 서초사옥 전경. (출처 : 아시아경제 DB)
특검은 이 부회장에 대해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ㆍ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ㆍ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이중 가장 큰 뇌물공여에 대해 법원은 지난달 "소명이 부족하다"며 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당시 특검은 2015년 7월에 있었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도움을 받기 위해 삼성이 박대통령의 최순실 지원 요청에 응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처음 만나 승마 지원을 요청한 것은 2014년 9월이고 엘리엇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문제삼은 것은 한참 뒤인 2015년 6월이어서 뇌물죄 성립이 어렵다는 허점이 드러났다.특검은 이번에는 2015년 10월~12월 사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이후 삼성SDI의 순환 출자 문제 해소, 중간금융지주회사법 입법 추진 등 다양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삼성이 박대통령의 요구에 응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은 승마 지원은 청와대의 강요에 의한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 혐의는 이번에 새로 추가된 내용이다. 특검은 삼성이 최순실씨가 독일에 세운 페이퍼컴퍼니 비덱스포츠(코레스포츠)에 외국환거래법상 신고없이 돈을 송금한 것을 재산국외 도피로 판단하고 있다. 삼성과 코레스포츠간 컨설팅 계약이 허위이고, 삼성이 독일에 송금한 돈을 최씨에 대한 '증여'로 보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삼성은 "비덱과의 컨설팅 계약 체결은 허위가 아니고 마필 등도 실제로 삼성전자 소유이므로 특검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라고 반박했다.특검은 또 삼성이 정씨의 기존 연습용 말 두필을 덴마크 중개상에 넘기고 최씨 측이 약간의 돈을 더 내면 블라디미르 등 명마 두필의 소유권을 넘겨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고 보고 있다. 이는 범죄수익은닉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삼성은 "정유라씨에 대한 지원이 뇌물(범죄수익)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 주장"이라며 "삼성은 실제로 마필을 구입해 소유하고 있다가 2016년 8월 마필을 매각한 것이므로 특검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라고 반박했다.이날 이 부회장은 영장 심리 후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법원의 결정이 날 때까지 대기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차 구속영장 청구 당시 법원은 18일 오전부터 4시간에 걸친 영장실질심사 후 다음날 오전 4시53분쯤 결론을 냈다. 삼성 미전실 법무팀은 특검이 지난 14일 오후 구속영장을 청구한 직후부터 주요 혐의에 대한 반박 논리와 근거를 준비하며 실질심사 대비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이 부회장도 15일 하루 종일 서초사옥에 머물며 법무팀과 영장 실질심사에 대비했다.삼성 관계자는 "재청구된 영장을 보면 혐의만 늘어났을 뿐, 지난달 1차 영장과 비교할 때 새로운 사실이 추가된 것은 거의 없다"며 "제기된 의혹들이 사실이 아님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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