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범한 어르신들의 자서전 제작 지원, 올해 8권 포함해 6년 동안 50권 출판 돼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20대 초반, 감수성이 예민했던 시절이었다. 공장일을 마치면 매일 저녁, 편지를 한통씩 썼다. 나는 이 편지를 ‘허공에 붙이는 편지’라 했다. 김미자(여,74)씨의 자서전 ‘가고파의 추억’ 일부다. 빛나지 않아서 더욱 주옥같은 날들. 이 시대의 평범한 어르신들의 담담한 삶의 이야기가 모습을 드러냈다.관악구(구청장 유종필) 가 24일 구청강당에서 ‘어르신 자서전 출판 기념회’를 개최했다.이번에 출판된 자서전은 ▲그분의 도우심, 윤옥순(여,79) ▲다음세대를 위한 사명의 길, 전영수(77) ▲헌신으로 맺은 열매, 이길자(여,75) ▲가고파의 추억, 김미자(여,74)▲멍텅구리 사랑, 이정희(여,72)▲늦게 핀 꽃이 더 향기롭다, 최한준 ▲알아주지도 않는 바보같은 삶, 오명렬(69)▲열심히 살기보다 영리하게 즐겨라, 위중환(68) 총 8권이다.
어르신자서전 출판기념회
전영수 어르신의 ‘다음세대를 위한 사명의 길’에서는 해방과 한국전쟁이라는 격랑의 시절속에서 42년간의 교직생활, 그리고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의 길을 걷고 있는 현재의 삶을 담았다. ‘가고파의 추억’의 김미자 어르신은 매월 형제들과 고향인 마산을 방문, 무학산과 가고파의 바다를 보며 지난 시절의 추억을 풀어냈다. 이길자 어르신은 ‘헌신으로 맺은 열매’ 자서전 제목처럼 일생을 가족을 위해 헌신하신 삶의 이야기가 진한 감동으로 엮어냈다.이날 행사에서 “관악구에 살길 정말 잘 한 것 같다”며 운을 뗀 윤옥순 어르신은 “가족을 포함에 그 누구에게도 말하기 힘들었던 어려웠던 시절과 그때의 추억을 정리하며 정말 흐뭇했고 행복했다”고 말했다.“광양제철소에서 근무하며 27년간의 포스코에서 근무해오다 지난해 어르신자서전 사업을 통해 새 삶을 시작하게 됐다”는 위중한 어르신은 “35번의 이사를 하며 겪었던 시련과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섰던 나의 삶을 통해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관악구는 2011년부터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어르신을 위한 자서전 제작사업을 펼치고 있다. 관악구 거주 만 6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자서전 집필·발간 등 자서전 제작비용을 1인당 250만원을 지원한다. 이번에 출간된 8권을 포함, 지금까지 총 50권의 자서전이 출판됐다. 출판된 ‘어르신 자서전’은 지역내 구립도서관에 비치, 지역 주민들과 공유하고 있다. 삶의 지혜 뿐 아니라 시대상과 생활상을 조명해 보는 중요한 자료로도 활용되고 있으며 다른 지자체에서도 생활 속 우수정책으로 벤치마킹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자전적 글쓰기 법, 가족사 정리하기 등 자서전 아카데미도 운영중이다.
어르신자서전 출판기념회
자서전 제작을 희망하는 관악구 거주 만 6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자서전 집필?발간 등 자서전 제작비용을 1인당 250만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자세한 사항은 도서관과(☎ 879-5703)로 문의하면 된다.이날 행사에 참여한 유종필 구청장은 “한국전쟁부터 해방까지 어르신 한분 한분의 인생은 살아있는 역사”라며 “특별한 사람만 자서전을 쓰는 게 아니라 평범한 사람 누구라도 자신의 삶을 자서전으로 남길 수 있다. 자서전 출판을 진심으로 축하 드린다”고 말했다.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사회부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