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금지, 보아오포럼 등 해외활동 올스톱…하만 인수 반발 움직임, 삼성물산 합병 불씨 진화도 숙제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원다라 기자]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삼성 브랜드에 이미 큰 상처가…"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면한 19일 삼성 관계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극도로 말을 아꼈다. '겨우 한 고비를 넘겼을 뿐'이라며 조심스러워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추가 수사 가능성과 앞으로 전개될 재판과정 등 '산 넘어 산'의 위기감 속에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최순실 수사 리스크, 정상 경영 어려워=이재용 부회장은 19일 오전 6시14분께 서울구치소 문을 나와 준비된 승용차를 타고 서울 삼성 서초사옥으로 향했다. 뜬눈으로 밤을 새우며 법원의 '영장 기각' 결과를 기다렸던 삼성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산적한 현안을 점검하고자 자택 대신 서초사옥을 선택했다. 이 부회장은 술렁이던 그룹의 상황을 정돈하고자 기민하게 대응했지만, 당분간 정상적인 경영활동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13일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이후 외국 일정을 챙기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출국금지도 관건"이라면서 "당분간 해외 활동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매년 참석해온 보아오 포럼에도 참석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보아오 포럼에 정기적으로 참석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 등 중국 최고위층과 활발히 교류하며 민간 경제 외교를 펼쳐왔다. 미국의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른 글로벌 경제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세계적인 전장기업인 하만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특검과의 창과 방패 싸움이 일단락된 것도 아니다. 특검 수사는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고, 기소를 선택할 경우 재판을 통해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부담도 크다. 법정 다툼이 장기간 지속되는 상황을 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산적한 개혁과제, 속 타는 삼성=지난해 11월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등기이사로 선임되면서 올해부터 '이재용 색깔'을 본격적으로 보여줄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지주사 전환 등 삼성의 미래를 좌우할 개혁 과제들을 하나둘 처리할 것이란 분석이었다. 구속의 부담을 덜긴 했지만 이들 개혁 과제들이 순항할지는 미지수다. 재계 관계자는 "당분간은 특검이 지목한 혐의를 삼성이 어떻게 벗느냐가 숙제"라면서 "개혁 과제 자체가 틀어지지는 않겠지만 속도를 내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공격적으로 해온 해외기업 인수합병(M&A), 신사업 추진 등도 주춤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다만 지난 연말 미뤘던 삼성 임원 인사에 대해서는 조직 분위기를 추스리기 위해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과,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지연될 것이라는 시각이 엇갈린다. 이 부회장은 하만 인수를 둘러싼 소액주주들의 반발 움직임을 무마해야 한다. 일부 소액주주들이 "삼성이 하만을 적정 가격보다 낮은 금액에 인수했다"면서 소송을 제기한 만큼 법리 다툼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둘러싼 불씨도 심상치 않다. 합병이 부당하며 일부 주주들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 법원은 당초 지난해 말 결론을 내릴 방침이었다. 하지만 특검이 시작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오는 3월20일 합병 무효소송에 대한 1심 변론이 재개된다. 재계 관계자는 "합병이 결정된 과정 자체는 위법하지 않아 보이는 만큼 상황이 돌변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삼성 입장에서는 소송에 대응해야 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 여부가 대서특필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이라는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된 것도 삼성그룹 입장에서는 뼈아프다. 지난 해 갤럭시노트7 사태로 상처를 입은 상황에서 '부도덕한 기업' 이미지까지 덧씌워지면서 계산하기 어려운 손실을 입었다. 삼성그룹도 이 부분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삼성 브랜드의 타격을 얼마나 빨리 회복시키느냐가 중요하다"며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을 아꼈다. 애초부터 무리한 영장 청구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통령의 강요에 의해 지원했는데 뇌물죄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 "법원이 (법리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면서 불구속 결정을 내린 것은 균형 잡힌 판단"이라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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