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광화문-대학로서 각각 촛불집회-맞불집회 개최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기하영 기자, 금보령 기자]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에도 14일 오후 서울 시내 중심부는 탄핵 찬-반 집회의 열기로 달아 올랐다. 촛불세력들은 박근혜 대통령 조기 퇴진 등 기존 주장 외에 박종철 열사 30주기를 맞아 6월 항쟁으로 시작된 민주주의의 완성과 재벌 개혁의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맞불세력들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안 심의 의결을 앞두고 태블릿PC 조작 의혹 등을 제기하며 '막판 뒤집기'에 안간힘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1500개 시민사회단체 연대모임인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즉각퇴진, 조기탄핵, 공작정치 주범 및 재벌총수 구속 12차 범국민행동의 날'을 개최했다. 오후 8시30분 기준 주최 측 추산 이날 광화문에만 13만 명, 전국에서 총 14만6700명이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체감온도 영하 13도의 추운 날씨 속에 담요를 덮거나 모자, 마스크, 장갑 등으로 단단히 무장한 채 촛불을 들었다.
오후3시40분 시작된 사전집회는 1987년 경찰 고문으로 사망한 고 박종철 열사의 30주기 추모식으로 진행됐다. 추모식에서 참가자들은 박종철 열사 등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는 한편 촛불집회를 미완의 혁명인 6월 항쟁을 완성시켜가는 계기로 삼자는 목소리를 높였다. 함세웅 신부는 "30년 전 국가폭력에 의해 순종한 21살 청년 박종철 열사와 같은 해 순종한 이한열 열사의 희생이 30년 뒤 오늘 광장 시민혁명으로 우리를 이끌었다"며 "광화문과 전국 방방곡곡에서 일어나는 촛불시민혁명은 박근혜를 단죄하고 있다. 이는 시민과 주권자들인 국민들이 주체가 돼 나라를 바꾸자는 박종철 이한열 두분 열사의 명령"이라고 말했다.
오후 5시30분 시작된 본집회에선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구속 등 재벌 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삼성LCD 뇌종양 피해자 한혜경씨의 어머니 김시녀씨는 "삼성은 우리 혜경이를 외면하면서 권력 실세 딸에게는 몇 십억짜리 말을 선물했다"며 "사람의 가치가 더 소중한 세상을 위해 삼성 이재용을 반드시 구속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도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도 "함께 사는 사회를 생각하고 노동자들을 생각하고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세상을 생각하는 그런 기업을 우리는 원한다"며 "그것이 우리가 바라는 재벌 개혁"이라고 강조했다.셀카를 찍는 이벤트가 진행되기도 했다. 퇴진행동 측은 참가자들에게 손가락으로 V모양을 만들어 셀카를 찍은 후 '#촛불은 나다'라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도록 독려했다. 이는 '우리가 진짜 VIP다'라는 뜻의 V, '우리가 승리한다'는 뜻의 V이다. 매 집회 때마다 있었던 소등행사는 강추위 탓에 진행되지 않았다. 오후 7시쯤 집회가 끝난 후 청운동 방면, 총리공관 방면, 종로 및 도심 방면 등 3개 방향으로 행진이 진행됐다. 특히 퇴진행동 측은도이날 정경 유착 근절과 재벌 특혜 의혹 진상 규명ㆍ구속 처벌 등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SK그룹ㆍ롯데그룹 본사앞을 행진 코스에 추가했다. 각 행진 선두에는 나팔 500개씩을 지참한 나팔 부대가 서서 행진을 주도했다. 행진 참가자들은 노란 종이비행기를 접어 황 총리 사퇴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황교안이 박근혜다", "황교안도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날려 보내기도 했다.
탄기국 집회.
한편 이날 집회에 앞서 지난 7일 11차 촛불집회가 끝날 무렵 분신ㆍ사망한 정원 스님의 영결식과 노제가 서울대 병원 장례식장 등에서 개최됐다. 스님의 유해는 북한산 금선사에 안치됐다. 퇴진행동 측은 다음주 토요일인 21일에는 설명절 전 헌재의 탄핵안 심의 마무리를 촉구하기 위해 전국동시다발 집중 집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집회 제목은 "내 삶도 바꾸고 세상도 바꾸는 촛불"으로 예정됐다. 퇴진행동 측은 "우리 모두에게 주는 설 선물로 민주의 촛불 평등의 촛불 평화의 촛불로 광장을 가득 메워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오후 2시에 대학로에서 열린 맞불집회에선 친박 핵심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해 탄핵을 저지하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최악의 악질 선동'으로 비판하고 국정 농단의 '스모킹건'인 태블릿PC의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박사모 등 500여개 보수단체로 구성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는 이날 오후 2시20분쯤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일대에서 '9차 탄핵반대 태극기 집회'를 열었다. '탄핵 무효', '탄핵 기각', '국회 해산', '특검 해체' 등을 외쳤다. 일부는 계엄령 선포를 촉구하는 피켓과 현수막을 들기도 했다. 주최 측은 이날 120만 명이 집회에 참석했다고 주장했지만, 장년ㆍ노년층 위주로 1만명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진태, 윤상현 등 '진박' 정치인들이 총출동해 탄핵 기각을 위한 총력전이 벌어졌다. 먼저 정미홍 전 KBS아나운서가 나서 헌법재판소 압박을 촉구했다. 그는 "우리 100만 태극기 의병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것이다"라며 "지금 분위기로는 낙관할 수 없으니 매일 헌재 사이트에 가서 민심 전해달라"고 말했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빨간 색 목도리를 두르고 무대에 올라 "세월호 7시간은 인류 역사상 최악의 악질 선동"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대통령 변호인단 자료를 보면 박 대통령은 참사 당일 19번 보고받고 7번 지시를 했다"며 "대통령이 불성실했다고 하는데, 그거 가지고 대통령을 탄핵하면 이게 나라냐"고 반문했다. 변희재 전 미디어워치 대표는 태블릿PC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인터넷신문만 17년 운영한 인터넷전문가인 저도 태블릿 PC를 안 쓴다"며 "60대 컴맹 아주머니가 태블릿 PC를 썼다는 것인가"고 말했다. 이어 "다음 주에 태블릿 PC가 조작됐다는 근거를 밝히겠다"고 예고했다.탄기국 대변인인 정광용 박사모 회장도 "어제 헌재를 방문해 태블릿 PC를 증거로 제출할 것을 명령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박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법률대리인을 맡은 서석구 변호사가 태극기와 빨간 목도리를 몸에 두르고 무대에 올라와 집회 참석자들의 연호를 받기도 했다.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도 집회에 참석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무대에서 나오는 가요 '아 대한민국'과 군가 '전선을 간다', '멸공의 횃불' 등에 맞춰 태극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이들은 대학로에서 50m짜리 나무 십자가 등을 들고 종로5가, 충무로를 거쳐 서울광장까지 행진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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