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대담]위융딩 '中 외환보유액 감소 자체가 바로 위기다'

위융딩(余永定) 중국 사회과학원 명예교수 신년 특별 인터뷰위안화 환율, 시장 매커니즘에 맡겨야중앙은행 환율시장 과도한 개입 불필요中 30년 모은 외환보유액 2년 만에 1조달러 소진美 환율조작국 지정 어불성설사드는 美가 中 견제하는 수단美 무역 전쟁 일으키면 중국도 보복한국은 믿어도 미국은 못 믿는다

위융딩(余永定) 중국 사회과학원 명예교수 겸 세계경제학회장[사진=김혜원 베이징 특파원]

[아시아경제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위안화 가치 평가절하를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환율은 수요와 공급 원칙에 따라 스스로 움직이는 메커니즘입니다.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하기 위한 목적으로 외환보유액을 사용하는 것에 반대합니다. 결국은 시장이 힘을 발휘할 것입니다."중국의 대표적인 원로 경제학자 위융딩(余永定) 중국 사회과학원 명예교수(69)가 최근 위안화 가치가 가파르게 하락하는 현상에 두려움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중국의 위안화 환율은 지난달 16일 달러당 6.9508위안으로 8년7개월 만에 최저 기록을 새로 썼다. 자타가 공인하는 환율 전문가인 위 교수는 앞으로 위안화 가치가 시장에 큰 충격을 줄 만큼 큰 폭으로 떨어지지도 않겠지만 지금보다 더 절하돼야 한다면 내버려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화폐의 가치는 철저히 시장에 맡겨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는 게 위 교수의 오랜 철학이다.그는 "지난 30년 동안 어렵게 모은 외환보유액을 불과 2년여 만에 1조달러 이상 써버렸다"며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환율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외환보유고는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국력을 지킬 완충재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을 놓고 중국 정부가 한국을 겨냥한 보복 조치를 내놓는 데 대해서는 정치적 갈등일 뿐 정상적인 양국 간 경제 교류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사드 배치의 배후로 미국을 지목하고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이달 취임 이후 중국과 무역 전쟁을 일으킨다면 중국도 맞대응 차원의 보복을 반드시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위 교수와의 신년 특별 인터뷰는 지난달 26일 베이징의 한 호텔에서 진행됐다.-트럼프 당선자가 하루가 멀다 하고 중국에 대한 정치·경제적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트럼프가 취임 후 어떠한 대(對)중국 정책을 펼지 아직은 명확한 판단을 내릴 수 없다. 중국 옛말에 '만변불리기종(万變不離其宗·아무리 변해도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이라고 했다. 그들(트럼프 행정부)이 어떻게 변하든 우리는 우리만의 정책과 원칙을 지킬 것이다. 국제적으로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국인 데다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수많은 국제법을 따르고 있다. 트럼프가 중국에 비판을 쏟아낸다고 해서 무엇인가를 바꿀 이유는 없다. 중국은 국가의 이익을 고려할 것이다.-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데.▲위안화 가치 절하는 시장의 힘에 의해 일어난 일이다. 만약 정부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위안화 가치는 더 절하됐을 것이다. 위안화 가치 절하를 막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미국에 유리하다. 트럼프 당선자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는 경제학을 모른다. 미국의 경제학자들도 그의 잘못을 바로잡으려고 하고 있다.-올해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올해 중국 경제를 전망하고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을 꼽는다면.▲올해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확실히 지난해보다 낮아질 것이다. 부동산 투자가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는 부동산시장의 성장 속도는 매우 더뎌질 것이다. 그러나 올해도 6% 이상 경제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경제 성장률 6.0~6.5% 정도는 문제없는 수준이다. 만약 5% 미만으로 떨어진다면 경착륙 우려는 커질 것이다. 가장 큰 리스크는 자본 유출이다. 위안화 가치 하락 압력이 계속되면서 자본 유출도 덩달아 발생할 것이며 정부가 외환보유고를 풀어 외환시장에 개입할 경우 외환보유액이 감소할 것이라는 점 자체가 리스크다.-외환보유액 3조달러 붕괴가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인데.▲내년 말께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2조달러로 줄어들 것이다. 외환보유액이 감소하는 것은 그 자체로 위기다. 3조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은 중국이 지난 30년 동안 모아 놓은 것이다. 외환보유액은 중국을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하는 완충재다. 만약 (외환보유액이 비어 있을 때) 위안화 가치가 대폭으로 절하된다면 상상하기 힘든 위기가 닥칠 수 있다.-중국 최고의 환율 전문가로서 환율 움직임은 철저히 시장의 기능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해왔다.▲위안화 환율의 움직임은 오직 시장만이 알고 있다. 시장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 만약 위안화 가치가 계속 절하돼 바닥에 다다른다면 값이 싸졌기 때문에 위안화 매입이 증가할 것이고 다시 가치는 절상될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안화 가치가 많이 절하됐다. 그러나 중국의 무역수지는 많은 흑자를 기록하고 있고 경제 성장의 속도는 빠르며 자본계정에 대한 규제도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위안화가 대폭으로 절하되겠나. 위안화 가치 절하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은 불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위안화 가치가 더 절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최근 2년 동안 환율 안정을 위해 1조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을 썼다. 다른 국가는 이렇게까지 외환보유액을 사용한 적이 없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 위안화 가치는 절하돼야 할 때 절하돼야 한다. 태국 경제가 문제가 생긴 이유는 정부가 외환시장에 지속적으로 개입해 인위적으로 화폐 가치를 떠받쳤기 때문이다.-하지만 위안화 가치가 더 떨어질수록 자본 유출 압력은 커질 수밖에 없는데.▲자본 유출은 달러 강세로 인한 위안화 약세라는 외부적 요인도 있지만 사실은 내부에도 원인이 많다. 중국에서의 투자 수익률은 낮아지는 반면 미국에서의 투자 수익률은 높아지고 있다. 또 중국인이 예전보다 부유해져 위안화뿐 아니라 다양한 통화를 보유하기 시작했다. 한국인이 원화만 보유하다가 엔화, 달러 등을 보유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중국의 해외 투자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의 일환으로 파키스탄에 46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는데 이는 불가피하게 대량의 자본 유출을 야기했다. 현재 외국인직접투자(FDI)의 유입은 해외직접투자(ODI) 유출보다 적다. 이것도 중요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또 다른 이유로는 자본 도피를 들 수 있다. 돈이 많은 중국인이 불안한 마음에 다른 나라의 부동산을 매입하는 것이 하나의 사례다.-최근 중국 정부의 자본 유출 규제 움직임이 자본시장 개방화 정책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온다.▲위안화 국제화와 자본계정 자유화를 추진하는 것 자체가 너무 빨랐다. 나는 2009년부터 중국이 자본계정 자유화를 급하게 추진하는 것을 반대해왔다. 위안화 국제화는 시장의 수요와 국가의 역량에 의해 추진돼야 하며 서둘러서는 안 된다. 차를 운전할 때 갑자기 웅덩이를 발견해 급브레이크를 밟으면 몸이 튕겨 나가 다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처음부터 천천히 운행한다면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경제학계의 공통된 의견은 위안화 국제화가 자본계정 자유화보다 먼저 시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인민은행이 자본 유출 규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과거에 너무 빨리 개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제사회에 내뱉은 약속을 거둬들일 수는 없다. 인민은행은 이미 풀었던 규제는 그대로 두면서 원래 있던 규제를 더욱 엄격히 하고 있다. 예를 들면 5만달러를 환전할 때 심사를 더욱 깐깐히 하는 방식이다.-지난해 연말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올해 거시 경제 밑그림의 윤곽이 드러났다. 특히 부동산 거품을 잡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는데.▲최근 3~4선 도시에 해당하는 구이저우의 한 빈곤 지역을 방문했다. 부동산 가격이 저렴해서인지 매매가 활발하더라. 지금 부동산 거품을 야기하는 곳은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가격이 높은 대도시인데 미국과 비교를 해보자. 미국에서는 집 살 돈이 없는 사람이 돈을 빌려 집을 사면서 부동산 거품이 터졌지만 중국은 집 살 돈이 있는 사람이 부동산을 구매한다. 매매 자금의 최소한 30%는 스스로 마련한다. 중국의 주택담보 대출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같은 버블 붕괴를 야기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개발자가 거액의 돈을 빌려 집을 짓는 문제가 있다. 아직까지는 위험 수위는 아니지만 언젠가는 위기로 다가올 수 있는 대목이다.
-공급 측면의 개혁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라던데. 사실 지난해 성과는 미미했다는 평이다.▲공급 측면의 개혁은 생산 과잉을 배제해야 한다. 생산 과잉은 두 가지 원인이 있다. 첫째는 과거 정책의 실패다. 생산하지 말았어야 할 물건을 생산함으로써 과잉 현상이 일어났다. 둘째는 유효수요 부족이다. 철강이 생산 과잉이라면 철로를 더 짓거나 다른 나라를 돕는 데 쓸 수도 있다. 모든 문제를 공급으로 귀결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레버리지 요소를 하나씩 제거해야 한다. 급하게 해결하려 한다면 경제 성장률은 떨어질 것이고 레버리지 효과도 약화할 것이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공급 측면의 개혁보다는 국유기업 개혁의 진전을 기대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유기업의 비중은 줄고 있고 기업 경영과 당을 분리하는 것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사드 배치 문제로 한국에 대한 보복 조치가 잇따르고 있는 게 사실이다.▲사드는 정치적 문제이기 때문에 경제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양국의 경제·무역 교류는 공통의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물론 서로의 감정이 상한다면 어느 정도의 영향은 있겠지만 큰 영향은 아니라고 본다. 사드는 사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수단이다. 한국은 믿어도 미국은 믿을 수 없다.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무역 제재를 가한다면 중국도 보복할 것이다. 모두가 다치는 일이라도 할 수 없다.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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