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대담]'국민볼모 철도파업 반성…노사관계도 리셋하겠다'

홍순만 코레일 사장

74일 파업, 113곳 현장 방문·70여차례 간부회의 안전 강조…인명사고 제로월례조회 없애고 '코레일 생각 톡톡' 150개 아이디어·57개 우수 제안 발굴KTX 광명역 셔틀버스·주차장 확대 '교통·쇼핑중심' 키워 수익구조 다양화

홍순만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은 국민들이 코레일을 생각할 때 '안전하고 빠른 교통서비스'보다 '노사관계'를 먼저 떠올리게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역대 최장 기간 이어진 파업을 교훈으로 코레일의 노사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꿔 믿고 찾는 친환경 교통수단서비스 공기업으로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윤동주 기자 doso7@

[대담=소민호 건설부동산부장, 정리=주상돈 기자] 어느 때보다 혁신의 요구가 거세게 불어닥치는 정유년 새해다. 가뜩이나 퍽퍽한 살림살이에 시름이 깊었던 국민은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따른 정국 불안까지 가중되자 "이대론 못 살겠다"고 절규하고 있다. 전면적인 변화, 즉 '국가 리셋' 필요성이 힘을 얻는 이유다. '촛불'은 그래서 거침없이 타올랐다. 광장의 외침은 그 변화의 욕구를 대변한다. 하지만 그 혁신 속에서도 굳건하게 지켜져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원칙이다. 원칙이 훼손됨으로써 비선과 농단이 발아했다는 점에서,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리셋이라면 또다시 리셋의 대상이 되는 운명을 맞게 돼있다.더욱이 공공의 영역이라면 원칙을 철칙으로 삼아야 한다. 공공부문에서 반칙이 통하게 되면 국민 대다수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공공부문에서는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할까. 대표적인 공공교통서비스 영역을 책임지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홍순만 사장을 지난달 28일 찾아 그에 관한 생각을 들어봤다.공기업의 설립목적이 무엇이며, 어떻게 운영돼야 하는지, 지켜야 할 원칙은 무엇인지, 사상 최장기간을 기록한 철도파업에서 지켰던 원칙은 무엇이었는지를 한꺼번에 물었다. 대답은 차례차례 돌아왔다. 공기업으로서 코레일의 서비스가 차지하는 중요성, 그러니까 생활밀착형 교통수단이라는 위상을 전제로 깔고 설명을 했다. 서비스를 누려야 하는 상대방인 국민을 존중해야 하고, 그래서 파업을 벌일 당시 국민의 불편이 없도록 하면서도 사고를 최소화해야 하는 입장과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주요한 축인 노조원(직원)을 다독이고 설득해야 하는 입장이 교차하는 중심에 서 있던 그였다.74일간의 파업으로 국민은 피해를 보았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철도 교통편에 생업을 걸어야 하는 다수의 사람이 불편을 겪었다. 홍 사장은 그래서 죄송하다는 말부터 꺼냈다. 그러면서도 파업이 시작되자 운행 축소나 차질 등으로 인한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고 했다.또 다른 축은 안전이었다. 가장 많이 신경을 썼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매일 현장을 다니며 안전을 직접 챙겼다. 철도 관제나 출발이나 정차 때 승객 통제 등의 부분을 점검하고 또 점검했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파업철회를 독려했다. 74일간 113곳의 현장을 찾았고 70여차례 간부들과 영상회의를 열어 챙겨야 할 부분을 강조했다. 이런 덕분인지 다행히 지난 파업 동안 한 건의 인명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홍 사장은 "국민의 불편을 최소화하면서도 안심시키려면 열차 운행을 최대한 유지해야 하고, 또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다"며 "오래 걸리더라도 파업에 임하는 사측의 일관된 원칙을 고수하며 파업을 해결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소위 말하는 '뒷거래'는 하지 않았다. 파업을 결행한 사유를 해소하는 데 집중하면서, 제한된 여건 속에서도 최대한 운행을 늘릴 수 있도록 대체인력 확보에 나섰다. 그는 "그동안 철도가 파업하면 국민이 불편하므로 사용자로서는 어쩔 수 없이 노조에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국민 불편하게 하고 국가경제를 어렵게 해서는 얻는 것이 없다는 점을 노조가 인식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또 "코레일의 핵심 가치는 안전과 공공성인데 그동안 코레일 노사관계가 여러 가지로 어렵다 보니 국민도 이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이번 파업을 계기로 균형적인 노사관계를 정립해 향후엔 파업에 따른 국민 불편과 불안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그러면서 홍 사장은 조직문화 개선을 예고했다. 관행이 돼 굳어버렸거나 문제의식이 사라져버린 불합리를 찾아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동안 형식적으로 시행해왔던 월례조회를 없앴다. 대신 직원들이 창의적인 생각을 나눌 수 있도록 '코레일 생각 톡톡' 아이디어 발표회를 시작했다. 작년에만 이를 통해 150여개 혁신 아이디어와 57개의 우수 제안이 발굴돼 실제 현장에 적용되고 있다. 자유로운 소통이 지속 가능한 성장구조의 원동력이라는 생각에서다.118년의 철도운영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코레일은 준시장형 공기업이다. 보다 안전하고 편리한 철도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수익도 추구해야 한다는 얘기다. 홍 사장은 "공공성만 좇다 보면 부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이럴 경우 결국은 국민 부담이 커지는 것"이라며 "2017년엔 철도를 넘어선 종합교통기업으로서 수익 구조를 다양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KTX 광명역은 홍 사장의 이 같은 생각이 담긴 시범작품이다. 광명역은 경부선과 호남선을 모두 이용할 수 있고 KTX가 가장 많이 정차하는 역이지만 그동안 연계 교통수단이 부족하고 접근성이 떨어져 이용률이 낮았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코레일은 우선 강남 사당역과 광명역을 20분 내 연결하는 직통 셔틀버스를 오는 11일부터 운행한다.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서울 강남권에서 서울ㆍ용산역으로 이동해 KTX를 이용할 때보다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셔틀버스 운행과 함께 주차장도 대대적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도로망이 잘 갖춰진 광명의 특성을 이용해 역 접근성을 높이고 KTX 이용객을 증대시키겠다는 취지다. 홍 사장은 "주차장 과잉 투자를 우려하는 시각이 있는데, 평균 60% 수준을 유지해야 언제든 차를 세우고 KTX를 이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확산되고, 이로 인해 이용자들이 안심하고 찾을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이와 함께 코레일은 광명역에 영등포역~광명역 셔틀 전동열차를 지난 12월 들어 기존의 2배 수준으로 증편했다. 광명역에 도심공항터미널 조성과 함께 사후 면세점 등 공항특성화매장 개발을 추진해 광명역 일대를 교통과 쇼핑의 중심지로 육성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올해 초엔 코레일의 기차표 예매 애플리케이션인 '코레일톡'을 업그레이드한 '코레일톡 플러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열차 출발시간보다 일찍 도착하면 더 빠른 열차를 자동 추천하고, 도착역 주변 교통수단을 안내하는 등 고객의 위치와 상황에 맞게 필요한 정보를 먼저 제안하는 스마트 알림을 제공하는 식이다. 접속 단계를 줄여 예매시간을 대폭 줄이고, 실시간 열차운행정보도 제공할 예정이다. 또 승차권 예매 시 여행과정의 모든 교통ㆍ서비스ㆍ숙박ㆍ물품을 한번에 주문할 수 있는 올인원(All-in-one) 서비스와 고객들의 이용 패턴을 분석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능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홍 사장은 "코레일의 목표인 안전과 공공성, 기업의 수익성 이런 것들은 상반되는 개념이 아닌 조화롭게 이뤄져야 할 가치"라며 "이 가치들의 균형점을 찾아 운영하는 것이 공공기관의 의무"라고 말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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