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내년 정책 방향 발표해 봤자 新정부 출범 땐 전면 재검토-'임종룡 부총리 카드' 쏙 들어가고 유일호 현 체제 유지 기정사실화 -실무자 업무 집중도 떨어져..경제, 제 길 갈 수 있을지 의문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에서 탄핵 부결 시 소속 국회의원 전원의 의원직 총사퇴 방침을 밝히며 사직서를 들어보이고 있다.(사진=윤동주 기자 @doso7)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8일 급박하게 돌아가는 정치권과 달리 경제팀은 무력감에 빠져있다. 탄핵안이 가결되든 부결되든 소용돌이 정국에 끌려갈 수밖에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새해 국가 경제를 이끌어갈 계획인 '경제 정책 방향'을 짜고 있는 기획재정부에는 허탈감마저 감돈다. 애써 만든 경제 정책 방향을 이달 말 발표해 봤자 내년 조기 대선 이후 새 정부가 출범하면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연중 가장 중요한 사업이 일종의 요식행위로 전락한 것이다.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거론되던 '임종룡 신임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카드는 국정 농단 사태와 이에 따른 박 대통령 거취 문제가 날로 복잡하고 심각해지면서 쏙 들어갔다. 탄핵 정국으로 돌입하고부터는 유일호 현 부총리가 경제팀을 계속 이끌 것이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경질당한 감독이 외부 사정상 어쩔 수 없이 팀을 이끄는 형국이다.기재부 관계자는 "탄핵 가결로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게 되면 경제팀 수장만이라도 교체하는 등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없진 않다"면서도 "국민 여론이나 법적 해석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볼 때는 황 총리 운신의 폭이 좁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재부 내에서도 유 부총리 체제가 유지될 것이라 보는 시각이 많다"고 전했다. 지난달 2일 신임 부총리 내정 이후 반 야인(野人)으로 지내왔던 유 부총리는 상황에 따라 6개월 이상 더 자리를 지켜야 할 처지다. 우선 9일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면 총리(대통령 권한 대행)와 각 정부 부처 장관은 자리를 지키며 국정 공백 수습에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후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까지 짧게는 2개월, 길게는 6개월이 소요된다. 헌재가 탄핵안을 인용하면 헌법에 따라 60일 내로 대선을 치러야 한다. 헌재가 6개월을 모두 소화한 뒤 박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할 경우 8월께에야 대통령이 선출된다. 신임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취임해 총리와 각 부처 장관을 임명하고, 이어 국무위원 인사청문회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같이 지난한 과정을 고려하면 황 총리, 유 부총리 등 국무위원들의 임기는 최대 내년 9월까지 갈 수도 있다.유 부총리 입장에선 풀어진 마음을 추스르고 제2의 임기를 준비해야 하지만, 이를 보는 주위 시선은 밝지 않다. 최근 유 부총리는 현장 방문 등 외부 활동을 부쩍 줄이며 퇴임 수순을 밟고 있었다. 경제팀 실무자들의 업무 집중도와 속도도 부쩍 떨어졌다. '경제 정책은 경제 정책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현 경제팀에 먹힐지 경제 주체들의 걱정은 커져만 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전날 우리나라의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종전 2.7%에서 2.4%로 하향조정하면서 "고령화나 4차 산업혁명 등 메가트렌드에 어떻게 적응할지가 중요한데 (한국만) 뜨거운 논쟁에서 뒤처진 느낌"이라며 "지금 정치적 불확실성에 관심을 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와 별도로 경제 정책은 경제 정책대로 제 갈 길을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경제 연구 기관들도 이미 2%대 초중반까지 내린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추가로 낮출 기세다. 기관들 중 가장 낮은 2.2%로 내년 성장률을 전망한 LG경제연구원의 이창선 수석연구위원은 "탄핵 정국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은 당연히 긍정적이지 않다. 대외 여건이 좋지 않은데 대내적으로도 불확실성이 커졌다"면서 "경제 정책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탄핵 등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대외 신인도가 떨어질 여지가 많다"며 "금융시장 불안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동시에 소비 심리와 투자 심리 제고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세종=오종탁 기자 tak@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정치경제부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