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나이가 어떻게 되나요?" "구치소가 멀리 있는 곳이 아니다." "며느리의 국적은 어디냐?" 지난 6일 여의도 국회 본청 245호에선 독설과 인신공격이 난무했다. 이곳에서 개회된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최순실 게이트 국조특위)' 1차 청문회에는 국내의 내로라하는 9명의 재벌 총수들이 증인으로 자리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8),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78), 구본무 LG그룹 회장(71), 최태원 SK 회장(56),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1),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64) 등이다.
질의는 최씨의 국정농단 과정에서 빚어진 대기업들의 대가성 기부금 헌납에 집중됐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은 재벌 총수들에 대한 '모욕 주기' '독설'로 일관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이재용 부회장을 상대로 한 질의에선 나이와 자질, 경영권 승계의 정당성까지 거론됐다. "잘 모르겠다"며 답변을 회피하던 이 부회장에게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먼저 나이를 물었다. "1968년생"이란 답이 돌아오자 "아직 50이 안 됐다"며 기선을 제압하는 기이한 행태를 보였다. "자꾸 머리 굴리지 말라"는 질책도 나왔다. 같은 당 김한정 의원도 이 부회장에게 "그렇게 답하면 삼성 면접에선 낙방"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의원들은 사기업인 삼성의 미래전략실도 문제 삼았다.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의 비서실을 모태로 한 이 조직은 그간 삼성그룹의 두뇌 역할을 해 왔다. 이 부회장은 결국 "없애겠다"고 답했다. 신동빈 회장에게는 "며느리 국적이 어디냐"는 질의가 나왔다. 며느리와 신 회장의 부인 국적이 일본이라는 얘기가 이어졌다. '롯데가 한국 기업이냐'는 사실을 따져 묻기 위한 질의치고는 지나치게 민족 감정을 앞세웠다는 지적이다. 최근 사면을 받은 최태원 회장에게는 "구치소가 멀리 있지 않다"는 말이 던져졌다. 온 국민이 지켜보는 청문회에선 초등학생처럼 고령의 회장들이 거수하도록 강요받기도 했다. 청문회 중간 안민석 의원이 증인으로 나선 대기업 회장들에게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 해체에 반대하시는 분은 손을 들어달라"고 요구했고, 망설이던 회장들은 눈치를 보며 잇따라 손을 들었다. 이날 난무한 호통과 인신공격은 국조의 문제점을 다시 드러냈다는 평가다. 국조 위원들은 수사권이 없고 증인들의 빈번한 출석ㆍ자료제출 거부, '모르쇠' 답변으로 진실규명에 한계를 느껴왔다. 결국 매번 '망신 주기' '인기 영합'이란 여론전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정치경제부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