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 입장에서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재벌 총수들의 국회 발언은 앞으로 이어질 뇌물죄 수사에 방어막을 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특검 출범 전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핵심 연루자들에게 적용한 직권남용 등의 혐의를 가이드라인 삼아 자신이 피해자임을 강변했다는 분석이다. 특검과 총수들의 법리다툼 또는 기싸움이 시작된 셈이다. 특검팀 안팎에선 포괄적 뇌물 논리가 거론된다.박 특검팀은 7일 검찰로부터 넘겨받은 1톤 트럭 1대 분량의 방대한 수사기록을 검토하는 동시에 전날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 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에 증인으로 출석한 주요 대기업 총수들의 발언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 박 특검팀 관계자는 이날 "(총수들의 답변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면서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박 특검은 이들의 발언을 향후 수사에 참고하겠다는 뜻을 이미 밝힌 바 있다. 국조특위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등 9명의 총수가 나란히 출석했다. 위원들은 이들을 상대로 미르ㆍK스포츠 등 '최순실 재단'에 수억~수백억원씩을 갹출한 게 대가관계에 따른 건 아니었는지를 캐물었다. 총수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대가성을 일제히 부인했다. 이들은 동시에 "청와대의 요청을 거절하기가 어려웠다"며 최고권력자의 위세 앞에서 어쩔 수가 없었다는 취지의 해명을 내놓았다. 이는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을 검찰이 기소할 때 적용한 혐의와 결이 정확하게 들어맞는다. 검찰은 최씨 등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미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대통령과 공모해', 또는 '대통령의 지시로' 대기업들로부터 강제모금을 했다는 게 요지다. 검찰이 막판에 뇌물죄를 들여다보기 시작했으나 특검이 출범하면서 수사는 일단 멈춰섰다. 뇌물죄가 적용되면 총수들은 뇌물공여자로 최씨 등과 함께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의 경우 재단 출연 외에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거액을 직접지원한 게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이에 따른 경영승계 건과 맞물려 의혹이 비교적 구체적이다. SK와 CJ, 롯데 등도 총수나 회장의 사면ㆍ복권, 면세점 사업권 등의 '민원'을 지니고 있던 터라 의혹이 작지 않다. 민원이 박 대통령에게 전달된 사실도 드러난 상태다. 그러나 이를 법리적으로 규명하는 건 의심의 크기와는 다른 문제다. 발생한 일들 사이의 인과관계를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게 쉽지 않아서다. 특검팀은 당사자들의 진술이 없는 상황에서 증거로 승부해야 하는 큰 과제를 안게 됐다.물론 인과관계, 즉 대가성이 반드시 구체적으로 입증돼야만 하는 건 아니다. 자신의 업무ㆍ직무와 관련이 있는 사람을 바라보고 돈을 건넸다면 포괄적 뇌물수수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논리라면 대통령의 넓은 직무범위가 그 자체로 단서일 수 있다. 대법원은 1997년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이런 논리를 적용했다. 대통령은 기업들과 관련한 주요 정책의 최종 결정자이므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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