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부 장·차관, 대기업 임원 만나고 다니기 바빠
▲12월1일부터 4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창조경제박람회가 열렸다. 스타트업 부스가 겨울 날씨처럼 썰렁하다.[사진=아시아경제DB]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창조경제민관협의회가 지금까지 약 700억 원의 대기업 자금을 기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르와 K스포츠재단보다 앞서 대기업으로부터 강제모금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대기업이 2015년 이후 창조경제혁신센터에 기부한 금액은 현재까지 삼성이 120억 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KT 133억, 현대차 116억, 한화 62억, LG 76억 원 등 총 700억 원이 넘는다고 밝혔다.정부는 2014년 3월7일 창조경제민관협의회 회의를 개최하고 '창조경제혁신센터 구축 운영방안'을 의결한다. 이 때 창조경제혁신센터나 창조경제 관련 사업은 '지역 주도, 지역 내 혁신역량을 갖춘 중소 벤처기업'이 중심이었다. 대기업은 한 마디 언급도 없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시작은 창조경제=국회 국정조사특위 국민의당 간사인 김경진 의원은 "정권 초부터 2014년 8월까지 창조경제에 대기업은 없었다"며 "2014년 9월2일 대통령이 갑자기 대기업을 언급하면서 사실상 최순실 게이트가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정권 초부터 지역과 중소벤처기업이 중심이던 창조경제혁신센터 사업이 급작스럽게 대기업 중심으로 바뀌면서 창조경제 사업 역시 대기업 모금창구로 전락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2014년 3월26일 대전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개소식을 개최했고 센터장은 KAIST 소속 교수였다"며 "참석자는 국무총리, 미래부 장관, 중소기업 대표들이었고 당시 보도 자료에는 대기업 관련 인사나 표현이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2014년 4월28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가 출범 할 때도 센터장은 대구 지역 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장이 맡았고 당시 보도 자료에도 대기업 관련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창조경제혁신센터가 2014년 6월 안종범 경제수석이 조원동 수석 후임으로 청와대에 들어간 이후 갑자기 달라지기 시작한다고 김 의원은 지적했다. 2014년 9월2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전국 17개 시도별로 주요 대기업과 창조경제혁신센터를 1대1로 매칭시켜 전담 지원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아예 특정 기업을 거론하며 지역별로 대기업을 할당했다"며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삼성은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맡고, SKT는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를 전담해 지원한다'고 밝히면서 직접 대기업 실명과 지역을 구체적으로 할당해 지시했다"고 말했다. ◆미래부 장·차관, 대기업 임원 만나러 다녀=청와대 지시가 내려오기 전까지 주무부처인 미래부는 전혀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김 의원은 분석했다. 김 의원은 "창조경제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는 9월2일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런 지시를 내리기 전까지 대기업 할당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게 미래부 관료들의 증언"이라고 주장했다박 대통령의 대기업 '1대1매칭' 지시가 내려오면서 미래부는 바쁘게 움직였다. 9월2일 국무회의 지시가 내려온 이틀 뒤인 4일 당시 이석준 미래부 차관(현 국무조정실장, 장관급)이 전경련 회관 3층 에머랄드 룸에서 대기업 관계자들과 조찬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삼성전자 최병석 부사장, 현대자동차 박광식 부사장, SKT 이형희 부사장 등 15명의 대기업 부사장과 상무들이 참석했다. 미래부는 이들 15개 기업 임원과 전경련 이승철 상근 부회장과 회의를 개최하고 '대기업이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참여한 후 발전 방안'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다. 이어 2014년 9월12일 프레스센터 20층 프레스클럽에서 최양희 미래부 장관이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 15개 대기업 대표들과 만나 이른바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지자체-대기업 합동 간담회'를 개최하기에 이르렀다. 안종범 수석은 정책조정수석으로 승진 한 뒤에도 대통령 훈령을 바꾸면서까지 창조경제민관협의회에 참여하는 집착을 보였다. 2015년 이후 대기업들은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총 700억 원이 넘는 금액을 기부했다. 김 의원은 "창조경제민관협의회가 대기업 자금 모금 창구 역할을 한 정황은 2015년 7월 24일 창조경제혁신센터와 대기업 회장과 간담회 회의 직후 대통령이 삼성 이재용 등 대기업 회장과 독대를 한 사실에서 알 수 있다"며 "미르나 K스포츠 보다 8개월 앞선 2015년 2월부터 현대, 삼성 등 대기업이 창조경제혁신센터에 기부금을 납입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대기업이 2015년 이후 창조경제혁신센터에 기부한 금액은 현재까지 삼성이 120억 원, 현대차가 116억 원, KT가 133억 원, 한화 62억, LG 76억 원 등 총 700억 원이 넘는다고 밝혔다.김 의원은 "안종범 수석이 주도한 창조경제 민관협의회가 2015년 초부터 대기업과의 자금 모금 역할을 하면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이 대기업을 통해 기부금을 모금하는 방식이 연달아 이어진 것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며 "창조경제민관협의회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2부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