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ㆍ세월호 7시간…진상규명 핵심퍼즐, 김기춘 前실장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공식 실세'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없이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존재할 수 있었을까. 김 전 실장이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 논란'과 정말로 무관할까. 온 나라가 제기해온 이 같은 물음은 '김기춘 없이는 설명이 안 된다'는 의심으로 완전히 뒤바뀌었다. "대통령께서 아침에 일어나면 출근이고 주무시면 퇴근이다…(세월호 참사 당시 박 대통령이) 어느 집무실에 있었는지는 경호상 밝힐 수 없다." 김 전 실장이 2014년 10월 국회에서 내놓은 말이다. '모든 걸 아는 사람의 언어'라는 분석이 이후로 지금까지 뒤따랐다. 김 전 실장은 급기야 '국정농단 파문'의 진상을 규명할 마지막 퍼즐로 검찰과 국민의 주시를 받는 처지가 됐다. 박 대통령과 최씨 일파의 행태를 최소한 묵인 또는 방조했다는 의혹이다. 1992년 초원복집 사건 때 그 유명한 한마디, "우리가 남이가"의 망령이 부활할 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곳곳에 드리운 김기춘의 그림자 = 김 전 실장을 이번 사태의 유력 참고인 혹은 피의자라고 의심하게 만드는 정황은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최씨와 차은택씨를 등에 업고 '체육계 황태자'로 군림하며 최씨 일가에 각종 이권을 몰아준 혐의로 구속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검찰 조사에서 "김 전 실장의 소개로 최씨를 알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씨 또한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이 선임되기 전에 그를 김 전 실장에게 소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진술대로라면 김 전 실장이 우리사회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든 갖가지 농단과 전횡의 한복판에서 중대한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했다는 추론은 합리적이다. 고(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남긴 수첩 또한 김 전 실장을 직접 가리킨다. 그가 미르ㆍK스포츠 재단 설립에 걸림돌이 될 문체부 공무원들을 정리하게 하고 최씨의 전 남편 정윤회씨를 둘러싼 문건유출 논란을 종결하라고 지시하는 한편 대통령의 '7시간 행적 논란'과 관련해 참모들에게 '알려고 하지 말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는 내용이다. 또한 김 전 실장은 지난해 3월 차병원 계열 차움의원의 소개로 일본 차병원에서 줄기세포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차움의원은 최씨와 언니 최순득씨 등의 단골 병원으로, 박 대통령에 대한 의문의 주사제 대리처방 의혹의 한 가운데 서 있는 곳이다. 그가 박근혜 정부 초기 최씨 소유의 서울 강남구 신사동 빌딩 사무실을 임대해 사용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진 상태다. ◆김기춘과 최씨 일가의 오래된 인연 = 김 전 실장과 최씨 일가의 관계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수장학회 1기 장학생 출신인 그는 1972년 헌정을 중단시키고 박 전 대통령 종신집권을 가능하게 했던 유신헌법의 초안을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박 전 대통령이 김 전 실장을 '김똘똘'이라고 부르며 총애했다는 얘기도 있다. 그는 박정희 정권에서 옛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을 지냈다. 당시의 중정은 간첩수사를 명분으로 국내외 온갖 정보를 끌어모아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기관이었다. 최씨의 아버지 고(故) 최태민씨에 대한 조사에 김 전 실장이 관여했을 것이란 관측이 끊이지 않는 배경이다. 최씨 일가를 경계했던 박 전 대통령은 중정을 통해 '최태민 보고서'를 받아보기도 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김 전 실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최태민을 접촉한 적이 없고, 최순실이라는 사람하고 연락하거나 접촉한 일도 없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나아가 김 전 차관과 차씨, 송 전 원장 등과 연결됐다는 의혹이나 최씨 소유 사무실 임대 의혹, 차병원 치료 논란 등 그간 제기된 모든 의혹과 논란에 대해 "황당한 허위사실"이라거나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최태민 조사'는 자신이 속한 국의 업무가 아니었다고도 했다. 김 전 실장의 이 같은 입장에도 불구하고 의혹과 논란은 줄지 않는다. 특히 '최태민이나 최순실과 접촉 또는 연락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해명을 두고는 "김기춘 같은 사람이 그들을 직접 접촉해야만 일이 됐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그간 제기된 각종 의혹을 토대로 김 전 실장을 불러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혐의점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조사를 발판 삼아 김 전 실장에게 다가갈 것이란 관측도 있다.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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