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朴의 눈물을 믿지 않을까…'2012년 학습효과'

[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로 불거진 혼돈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 김병준 국무총리-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성난 민심(民心)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4일 두 번째 대국민 사과에선 "검찰 수사에 응하겠다"는 의사까지 내비쳤지만, 비난 여론이 오히려 드세진 상태다.

4일 오전 서울 용산 전자랜드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TV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김병준-한광옥 카드, 대선 김종인-이상돈 영입과 유사= 여야 정치권은 이를 '학습효과'로 보고 있다. 박 대통령이 여전히 권력의 칼자루를 쥔 상황에서, 또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의혹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국민들이 인적 쇄신과 거국내각은 눈속임에 불과할 것이란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불리던 박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이데올로기나 계층에 경도되기보다, 감성에 쏠린 측면이 컸기에 이들이 느낀 인간적 배신감을 치유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학습효과의 방점은 2012년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비상대책위원회에 찍혀 있다. '김병준-한광옥 카드'가 4년 전 급조된 한나라당 비대위의 '김종인(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상돈(현 국민의당 의원) 카드'와 닮았기 때문이다.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합리적 보수를 지향하는 두 사람을 영입해 비대위원을 맡기며, 당 쇄신을 일임했다. 김 의원에게는 국민행복위원장 겸 경제민주화추진단장이란 중책까지 주어졌다. 2010년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정부ㆍ여당에 대한 민심이반이 표면화되면서 존폐 기로에 놓인 한나라당을 살리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 당명과 상징색, 노선까지 변경하는 극약 처방에 보수층은 반발했다. 핵심 공약으로 경제민주화와 복지가 등장했다. 젊은층과 중도세력이 호응하면서 대선 승리로 귀결됐다.  하지만 일등공신인 두 사람이 토사구팽당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의욕적으로 일하던 두 사람은 대선 직후 박 대통령과 관계가 단절됐다. 그래도 "(박 대통령이) 초심을 되찾을 것"이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지만, 이내 "할 말이 없게 됐다"며 고개를 숙였다.

4일 충북 충주시청 앞 광장에서 '충주시민 1000인 시국선언' 참가자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당명·노선까지 바꿨지만 당선 후 영입인물 토사구팽…“경제민주화 폐기처럼 다시 돌아설 것이라 의심”= 지금 상황도 비슷하다. 김 총리 내정자는 국정교과서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개인적 소신을 드러냈지만 바람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야권의 반응이다. 황교안 총리를 비롯해 박근혜 정부의 모든 총리들은 취임 당시 책임총리로서 소임을 다하겠다고 밝혔으나 실현된 적이 없다. 또 최순실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총리와 대통령 비서실장은 비선 실세 밑에 존재하던 장식품에 불과했다.  등 돌린 '박근혜의 남자들'은 야당에 안착해 박 대통령의 대척점에 서 있다.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김 의원은 새누리당 탈당을 전후해 "세월이 한참 지난 다음에 할 얘기가 있다"면서 말을 아껴왔으나, 요즘 "경제민주화 공약을 왜 안 지키나 했더니, 최순실 같은 사람들이 뒤에서 장난쳤다는 게 드러났다. 참담하다"며 날을 세웠다. 또 박 대통령에 대해선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고 평가했다. 이 의원 역시 "박 대통령이 야당 때와 다르다"며 전반적인 국정 운영의 기조를 문제 삼아왔다. "2012년 한 해 동안에 내세운 정치 쇄신, 경제민주화, 강도 높은 검찰 개혁, 창조 대한민국 등이 대선 이후에는 그다지 지켜지지 못했다"는 목소리다. "과연 남은 임기를 채울 수 있을까 걱정"이라던 그의 예측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한 정치권 인사는 "경제민주화를 추진하다 조용히 돌아섰던 것처럼 이번에도 다시 본심이 드러날 것이란 의심이 커지고 있다"면서 "박 대통령의 민주적 리더십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참여정부에 몸담은 정통 노무현맨인 김병준 청와대 전 정책실장을 총리에, 동교동계로 김대중 정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을 신임 비서실장에 임명하는 인사를 단행했지만 야당과 시민사회의 반발로 분란만 초래했다. 불통의 정치를 그대로 반복했다는 지적까지 일고 있다.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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