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지바고'의 작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그는 왜 노벨상을 거부했나
올해 밥 딜런을 수상자로 선정하는 이변을 연출한 노벨 문학상에 대한 얘기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 그의 수상 거부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지금까지 노벨 문학상 수상을 거부한 사례는 두 번 있었다. 처음으로 수상을 거부한 작가는 '닥터 지바고'의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였다. 하지만 그의 수상 거부에는 말 못할 속사정이 있었다.
영화 '닥터지바고' 스틸컷
23일은 파스테르나크가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지 58년이 되는 날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1958년 10월23일 그를 수상자로 발표했다. 하지만 엿새 뒤인 29일 파스테르나크는 "노벨상 수상을 거부한다"는 뜻을 전했다. 노벨상이 제정된 이래 첫 수상 거부에 한림원은 당황했다.그의 사정은 이랬다. 그가 쓴 유일한 장편소설 '닥터 지바고'는 주인공 유리 지바고가 러시아혁명 등을 거치며 겪는 방황과 혼란을 그렸다. 전쟁과 혁명 속에서도 인간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는다는 게 이 소설이 담고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당시 소련에서는 혁명을 왜곡했다는 이유로 출판이 금지됐었다. 파스테르나크는 자국에서 출판이 어렵게 되자 완성 이듬해인 1957년 이탈리아에서 번역본으로 발표했다. 이후 인기를 얻으며 18개국에 번역 출판됐다.문제는 노벨상 수상이 결정된 뒤 불거졌다. 자국의 사회상을 담은 이 소설에 분노한 소련작가동맹은 그를 제명하고 정부도 추방을 하겠다고 한 것이다. 이에 그는 당국에 '조국을 떠나는 것은 내게 죽음과 같다'는 탄원서를 보내고 노벨상 수상은 거부할 수밖에 없었다. 노벨상까지 포기하며 조국을 버릴 수 없었던 이유는 바로 자신이 시대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닥터 지바고였기 때문이다. 여주인공 라라도 실제 그의 연인이었던 올가 이빈스카야를 모델로 했다. 파스테르나크는 시대의 격랑 속에서도 비극적인 운명과 사랑을 껴안은 것이다.그는 이후 번역 작업을 주로 하다 1960년 암으로 숨졌다. 그토록 떠나지 않으려고 했던 조국에서 '닥터 지바고'가 출판된 것은 그가 세상을 떠나고 27년이 지난 1987년이었다. 스웨덴 한림원은 그의 노벨상 거부를 받아들이지 않고 수상식을 보류했고, 1989년 그의 아들이 노벨상을 대신 받았다.파스테르나크 이후 노벨 문학상을 거부한 작가는 한 명 더 있다. 바로 프랑스의 작가 장 폴 사르트르다. 그는 1964년 수상자로 선정되자 모든 공적인 훈장과 명예를 거부한다는 원칙을 밝히며 수상을 거절했다. 작가는 어떤 기관이나 제도에 편입되면 안 된다는 소신 때문이었다고 한다. 다만 사르트르의 라이벌이었던 카뮈가 앞서 노벨 문학상을 받은 것에 자존심이 상해서 그랬다는 얘기가 떠돌기도 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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