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의 잇따른 발화 사고로 단종을 최종 결정한 가운데 제품 결함의 원인이 배터리 설계 문제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달 초 1차 리콜 당시 제품 발화의 원인으로 배터리 생산 공정상의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1차 리콜 이후 배터리를 교체한 갤럭시노트7에서도 발화가 있었다는 제보가 이어지면서 배터리뿐만 아니라 외장 케이스 등의 설계 문제, 소프트웨어상의 문제 등까지 근본적으로 의심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제품 결함의 원인에 따라 업계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달라질 것으로 보여 관련 업계가 원인 발표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2일 정유섭 새누리당 의원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의 국정감사 자료에서 "갤럭시노트7의 발화 원인은 배터리 모서리 부분의 설계 오류"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실은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제조사인 삼성SDI와 ATL의 배터리 인증시험 성적표와 국가기술표준원의 현장조사 보고서, 삼성의 발화 원인 자료를 근거로 이 같이 밝혔다. 정 의원실에 따르면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셀은 양극재, 분리막, 음극재를 층층이 쌓아서 '젤리 롤' 형태로 만들어진다. 셀의 젤리 롤을 담는 배터리 케이스는 얇은 알루미늄 평판을 찍어 누르는 작업을 통해 제작된다. 이때 모서리의 곡면부에 대한 설계값이 누락됐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곡면부가 과하게 둥글게 제작되면서 케이스 모서리와 젤리 롤의 음극재 사이 간격이 매우 좁아지게 됐다는 것이다. 정 의원실은 이 과정에 오류가 생기면서, 충전 중에 젤리 롤이 부풀어 오르고, 다시 음극재가 모서리에 닿아 분리막을 찌르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현상이 반복되면서 분리막이 찢어지고 음극재와 양극재의 알루미늄 성분이 접촉해 발화 위험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 배터리 케이스의 모서리를 최대한 직각으로 만들어 공간을 확보하고, 음극재를 짧게 만들어야 케이스에 눌리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갤럭시노트7 배터리의 충전용량을 3000밀리암페어아워(㎃h)에서 3500㎃h로 늘리면서 젤리 롤의 두께가 늘어났고, 이로 인해 배터리 케이스와 젤리 롤 간의 공간이 더 협소해진 것도 발화의 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삼성전자는 앞서 1차 리콜 당시 공정상의 문제로 배터리 안의 분리막에 훼손이 생겨 음극재와 양극제 간 접촉이 일어나 발화가 발생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분리막이 훼손되면 두 극이 맞닿으면서 과전류가 흘러 화재나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당시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은 "제조 공정상의 오차로 음극과 양극이 만나게 되는 경우가 거의 불가능한데 만나는 현상이 발생했다"며 "배터리 파우치를 말 때 하단으로 와야 하는 맨 마지막 부분이 일부 취약한 부분 쪽으로 올라와있는 것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안정되게 밑으로 가지 않고 옆으로 올라오다보니 분리막 훼손이 일어날 확률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배터리 이외의 문제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배터리에 가해지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외장 케이스 등의 설계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과 함께 소프트웨어상의 문제 등을 근본적으로 다시 훑어봐야한다는 주장이다. 서둘러 교체용 새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품질 관리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도 지적됐다.업계에서는 갤럭시노트7의 발화 원인이 어떤 부분으로 지목되는지에 따라 부품 협력사를 비롯한 관련 업계 전반이 영향을 받을 수 있어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1차 리콜 당시 삼성전자는 원인으로 '불량 배터리'를 지목했고, 리콜 대상 10개국은 삼성SDI에서 제조한 배터리가 들어간 갤럭시노트7이 출시된 곳들이었다. 이 같은 지목으로 인해 삼성SDI의 주가는 지난 달 2일부터 지난 10일까지 14.65% 하락했다. 그러나 그후 ATL 배터리가 들어간 교환받은 제품에서도 발화 사고가 발생했다는 제보가 잇따르면서 다시 문제가 불거졌다. 아직 리콜 이후 제보된 발화 사고에 대한 정확한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다. 삼성전자나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 등 규제 당국은 소비자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협의를 거쳐 조사 결과 발표 전에 판매 중단 및 단종 조치를 취했다. CPSC는 이번주 내에 조사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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