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없는 물류대란] 대한항공, 이틀째 이사회 못 열어...한진해운 지원책 '골몰'

컨船 1척 美오클랜드서 하역…집중관리선박 33척으로 줄어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미국 오클랜드에서 한진해운 선박 1척이 하역을 마치면서 정부의 집중관리 대상 선박이 33척으로 줄었다. 한진해운 선박의 하역이 일부 거점항만에서 재개되면서 현재까지 하역이 완료된 컨테이너선은 20일 오전 기준 총 29척이다. 하지만 가압류ㆍ입출항 불가 등으로 아직 33대의 선박이 바다에 묶여 있는데다 당장 하역비용 조달이 시급하다. 한진해운 대주주인 대한항공은 기존대로 해외 터미널 지분을 담보로 한 자금수혈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자금지원 방식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갔다. 20일 한진해운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한진해운이 운용 중인 컨테이너선 97척 가운데 총 29척이 하역을 완료했다. 중국, 싱가포르 등 인근 공해상에 묶여있는 선박 35척은 국내 항만으로 복귀해 하역할 예정이다. 전날 미국 오클랜드에서 한진보스톤호의 하역이 이뤄지면서 집중관리선박은 총 34척에서 33척으로 줄었다.
◆대한항공 이사회 이틀째 일정 미정= 한진해운발 물류대란 해소를 위한 대한항공 이사회의 논의가 장기화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기존 해외 터미널 지분을 담보로 한 자금수혈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자금지원 방식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갔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오늘(20일) 이사회를 다시 가질지에 대해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8일 오후 긴급 이사회를 열고 한진해운에 대한 600억원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8일부터 4차례에 걸쳐 이사회를 거듭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 6일 해외 터미널(미국 롱비치터미널 등) 지분과 대여금 채권을 담보로 한 600억원 자금 융통과 조양호 회장의 사재 400억원 등 총 10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안건을 놓고 대한항공은 지난 8일 오전 서소문 대한항공 빌딩에서 첫 이사회를 열었다. 하지만 법정관리 중인 한진해운에 대한 자금 융통은 배임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일부 이사들의 지적에 따라 연기됐다. 이후 지난 9일과 10일 그리고 추석연휴 마지막 날인 18일 총 4차례에 걸쳐 열린 이사회에서도 별다른 대안을 찾지 못한 채 빈손으로 끝이 났다. 당초 계획대로 한진해운의 미국 롱비치터미널을 담보로 잡을 경우 담보 대출기관 6곳과 다른 대주주 1곳 등 총 7곳의 동의를 받는 작업이 선결돼야 하기 때문에 대한항공 내부에서 조차도 실제 자금 집행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獨 법원 '스테이오더' 신청 접수…스페인 등 추가 신청= 한진해운이 거점항만으로 정한 독일에 채권자의 강제집행을 금지하는 내용의 압류금지명령(스테이오더) 신청을 완료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추석 연휴 전날인 13일 독일 법원에 스테이오더 신청, 접수가 완료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법원이 이를 검토해 발효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함부르크는 미국 롱비치ㆍ시애틀ㆍ뉴욕, 싱가포르, 스페인 등과 함께 한진해운 선박의 접안과 하역이 가능한 거점항만(세이프티존)이다. 한진해운은 이번주 채권자의 선박 가압류를 막는 스테이오더를 네덜란드, 스페인, 이탈리아, 호주, 인도, 캐나다, 벨기에 등에도 추가로 신청할 예정이다. 현재 스테이오더는 미국, 일본, 영국에서 정식 발효됐고 싱가포르에서 잠정 발효됐다. 한진해운은 현지 법원에서 스테이오더가 받아들여지는대로 이들 항만으로 선박을 이동해 화물을 내리겠다는 방안이다. 한진해운은 현재 미국 뉴욕과 싱가포르, 멕시코 만잘리노 등에서 이번주 초 하역을 목표로 협상을 진행 중이다.
◆美펀드 한진해운에 연 10% 금리로 차입 제안= 한진해운은 최근 미국 펀드사로부터 3000억원을 연 10% 금리로 대출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펀드는 법정관리 중인 한진해운에 빌려둔 돈을 떼일 것을 우려해 한진해운 법정관리를 주도하고 있는 법원에 한진해운이 차입금을 상환할 때까지 법정관리를 종결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 같은 법원 확약 외에 담보 설정, 이자지급 방식 등 여러가지 까다로운 차입 조건을 내걸어 한진해운이 이번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금리가 시중보다 비싼데다가 담보 제공 등 과도한 조건을 내걸어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업황이 좋을 때 고가에 장기 용선한 배로 이자 부담이 큰 상황이다. 2011년 자금난을 겪고 있던 한진해운은 신속인수제 활용을 통해 만기도래 회사채 원금 중 일부를 만기 연장받으면서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는 모면했지만 연 10%에 육박하는 고금리로 지금까지 채무 부담이 이어져왔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부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