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재희기자
압구정 현대아파트 전경
[아시아경제 권재희 기자]압구정에서만 20년 넘게 살았다는 윤모(30)씨는 거주지를 밝힐 때 '압구정현대아파트'라고 말한다. 윤씨는 "'압구정현대아파트 앞 사거리'라는 지명이 있을 정도로 누구나 다 아는 곳이기 때문에 택시를 타거나 누군가에게 거주지를 밝혀야 할 때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 없어 편하다"고 말했다. '압구정현대아파트'는 지명이 들어간 단지명이 하나의 고유명사가 된 대표적인 사례다. 1976년6월 입주를 시작한 압구정현대아파트는 당시로서는 최초로 15층 높이로 지어지며 고급아파트의 대명사가 됐다. 본래 이 단지는 현대 계열사 직원들에게 분양될 예정이었으나 사회 고위층에게 분양되며 특혜시비가 일기도 했다. 하지만 되레 전화위복이 돼 고급주거촌 이미지 형성에 기여했다. 이제 압구정현대라는 이름은 단순히 아파트이름이 아니라 압구정을 대표하는 하나의 랜드마크가 됐다. 압구정현대아파트가 주는 상징성은 매매가 강세로 나타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압구정현대아파트의 전용 131㎡의 시세는 15억8000만원에서 18억 사이에 형성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압구정동의 S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주택의 경우 연식이 오래될수록 가격하락요인이 됨을 감안해볼 때 압구정 현대는 지은 지 40여년이 다 된 단지임에도 매매가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라며 "물론 재건축 기대감과 같은 호재도 가격에 영향을 미쳤겠지만 '압구정현대'가 가지는 프리미엄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지명이 붙은 단지명이 가지는 프리미엄은 비단 압구정현대아파트만이 아니다. 강남구에서 가장 몸값 비싼 아파트로 꼽히는 '삼성동아이파크' 역시 지명이 단지명에 포함돼 하나의 브랜드를 형성하는 케이스다. 삼성동아이파크의 평당 매매가는 최고 5385만원을 자랑한다. 2004년 입주를 시작한 삼성동아이파크보다 2년 늦게 입주한 인근 래미안1차의 경우 오히려 삼성동아이파크보다 매매가가 약세다. 삼성동아이파크의 전용 175㎡의 경우 시세가 35억에서 38억5000만원에 형성돼있다. 반면 래미안1차의 경우 전용 177㎡가 17억9000만원 수준이다. 래미안1차의 경우 삼성동아이파크보다 전용면적도 더 넓고 입주시점도 더 늦은데도 매매가가 절반 수준이다. 이처럼 지역브랜드파워를 누리기 위해 단지명에서 지명을 빼지 않으려는 곳도 있다. 행정구역상으로 양천구 신정동에 위치한 '목동10단지'나 '목동 힐스테이트'가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인근 H공인중개업소 대표는 "행정구역상 신정동이더라도 학교가 배정될 때 목동과 같은 학군을 공유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목동이라 부른다"며 "사실 주민들이 목동 프리미엄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압구정현대아파트 역시 지역명을 빼고 현대 계열의 아파트 브랜드로 단지명을 교체하려다 주민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요즘 공급되는 아파트들은 마케팅 전략으로 '프레스티지', '서밋'과 같은 펫네임을 붙이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지역선호도가 높은 지역의 경우 지역명을 넣는게 분양에 도움이 된다"며 "집값을 선도하는 지역에서 주로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