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차례상, 치킨은 올라가는데 갈치는 안되는 까닭

이현우의 사소한 발견 - 그러고 보니 꽁치, 삼치도 '등판' 불가

추석에 올려지는 차례상. 주연급인 조기를 비롯해 문어, 상어, 홍어 등 각종 생선들이 올라가죠. 그런데 유독 갈치는 보이지 않네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생선 중 하나인데 왜 그럴까요? 그건 갈치의 이름과 관련이 있습니다. 갈치, 꽁치, 삼치 등 끝이 '치'로 끝나는 생선은 차례상은 물론 제사상에 올리지 않기 때문이에요. 이는 옛날부터 '치'란 글자를 별로 좋지 않게 생각했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치는 한자어로 어리석다(痴)거나 부끄럽다(恥)는 의미가 들어있어서 그렇다고 합니다. 그 외에 차례상에 올리지 않는 음식은 귀신을 쫓는다고 알려져있는 복숭아와 팥, 고춧가루와 마늘 양념이 된 음식 등이라고 합니다. 이런 음식들을 빼면 자유로이 올려도 된다고 해요. 집안마다 특별히 제사에 못 올라가는 음식들도 있어요. 고령 신씨 집안에서는 숙주나물을 올리지 않아요. 숙주나물이 집안의 유명인사인 신숙주 선생의 변절을 조롱하는 의미라서 그렇다는군요. 덕수 이씨 집안에서는 이율곡 선생의 제사를 모실 때 소고기를 올리지 않는데요. 율곡 선생이 생전에 "일을 부려먹던 소를 어떻게 고기까지 먹냐"며 소고기를 안 드셨어서 그렇다네요. 최근에는 생전 고인이 좋아했던 바나나, 파인애플 등 열대과일은 물론 치킨, 빵 등을 올려놓기도해서 논란이 되는데요. 예법에 어긋날 것 같지만 사실 딱히 정해진 법칙도 없다고 하네요. 보통 제사상 진설법으로 알려진 홍동백서, 조율이시 등도 주자가례와 같은 옛날 전문서적에는 아예없는 것들이라고 합니다. 여러 종가집에서 행하는 것을 모아다가 만든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요. 옛날 유학자들도 제사상에 대해선 집안마다 특색을 매우 존중했다고 해요. 제사상에 뭘 놓을지 간섭하는건 실례였고 그래서 "남의 집 제사상에 감놔라 대추놔라 하지마라"는 속담도 생겼죠. 그러니 어떤 음식을 올려도 되는지 여부는 크게 중요치 않다고 할 수 있어요. 돌아가신 분을 기억하고 가족들이 모처럼만에 한자리에 모이는 것, 이 자체가 더 의미있는 일 아닐까요?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이진경 디자이너 leejee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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