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읽다]미세먼지 '이거, 어떻게 하실래요?'

예보 정확도 높이고, 관련 법 정비하고, 통합관리 시스템 구축해야

[사진제공=아시아경제DB]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1아침 7시, 서울 광화문 네거리 횡단보도 앞. 두 친구가 길 건널 준비를 하고 있다. 희뿌연 안개가 잔뜩 끼었다. 차들은 모두 전조등을 켰다. 두 친구는 모두 흰 마스크를 썼다. A친구: "산소마스크 사야겠어!"B친구: "중국 땜에 이 꼴이 뭐야! 언제까지 우리가 당해야 돼? 미세먼지는 중국이 주범이얏!"<hr/>#2아침 TV뉴스에서 "오늘 미세먼지는 보통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는 기상 캐스터의 말이 흘러나온다. 부모는 슬쩍 이 뉴스 장면을 보더니 이제 막 집을 나서려는 중학생 아들을 붙잡는다. 부모: "어, 잠깐만! 산소마스크 챙겼니? 오늘 미세먼지가 보통이라는데…분명히 나쁨 상태가 될 거고, 주의보가 내려질 거야. 예보는 언제나 거꾸로야! 이젠 안 믿어! 슈퍼청개구리라니까." <hr/>최근 미세먼지에 대한 공포가 깊어지고 있습니다. 마땅한 대책과 대응 전략은 보이지 않습니다. 국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중국탓'만 할 것이며, 정확한 예보는 불가능한 것일까요.◆"우리나라 공기질 꼴찌 수준"=범부처 미세먼지 연구기획위원회는 7일 '과학기술기반 미세먼지 대응전략'이란 주제로 첫 공청회를 열었습니다. 배귀남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단장은 "최근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매우 높다"고 강조했습니다. '관심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되는 날이 많아졌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실제 미세먼지 주의보 발령은 2012년 0건이었던 것이 2015년에는 8일로 급증했습니다. 미세먼지 기사건수를 분석했더니 2012년 950건에서 2015년 6993건으로 폭증했습니다. 관심이 높고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되는 일수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 공기질 순위는 최하위에 속합니다. 우리나라의 공기질 순위를 보면 180개국 중 173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배 단장은 "미세먼지 솔루션은 미세먼지가 발생되면 상세관측하고 관련 정보를 신속히 전파해 국민 불안감을 줄여주는 데 있다"며 "미세먼지와 관련된 법도 환경부, 교육부, 국토부 등에 분산돼 있어 혼란스러운데 이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뭐가 중헌디?"=과학자들은 미세먼지 대책에 대해 과학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김영성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는 "미세먼지가 왜, 어떻게 높아지는지에 대한 과학적 해답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며 "어떤 오염원이 중요한지 정량적으로 밝히고 이에 따른 미세먼지의 효과적 저감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예보의 정확성을 높이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지난해 미세먼지 예보의 정확도는 60%를 조금 넘습니다. 3번 중 1번 정도는 오보였다는 것이죠. 송상근 국립환경과학원 과장은 "현재 국내 미세먼지 관측망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육상 현지 관측 체계로 돼 있다"며 "육상 이외에도 해상, 상층고도 등 관측 공백이 많기 때문에 정확도가 떨어진다"고 진단했습니다. 2020년쯤에 지상·상층·해양 등 3차원 입체분석을 통해 정확도 75% 달성에 나서겠다는 게 정부의 목표입니다. 송 과장은 "한국형 독자 미세먼지 예보모델을 구축할 필요성이 있다"며 "고농도 예보 정확도를 높이고, 빅데이터 인공지능기법을 활용해 일주일 단위 중장기 예보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미세먼지가 '중한 이유'는 국민 건강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지금 미세먼지에 대한 단순 예보만 있고 건강과 관련된 정보는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권호창 단국대 교수는 "미세먼지로부터 국민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며 "중국과 자동차 등에서 쏟아지는 미세먼지와 함께 생활공간에서 나오는 미세먼지 노출량 정보도 세분화해 제공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권 교수는 "주방후드 결합형 초미세먼지 집진 시스템, 가정용 스마트 환기시스템 등 생활환경 미세먼지 제품개발이 필요하다"며 "초미세먼지 관련 정보 통합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단순 측정결과만 제공하는 것에서 앞으로 측정 통계 외에 '건강' 중심의 연관 정보와 결합한 정보를 생산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2012년과 비교했을 때 지난해 미세먼지 주의보가 증가했고 기사 건수도 폭증했다.[자료제공=미래부]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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