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북한맥주보다 맛없다는 국산 맥주, 대체 왜

영국 언론인도 지적…공정위 '오랜 독과점과 진입규제로, 경쟁력 떨어져'

"한국 맥주는 북한 대동강맥주보다 맛없다." 2012년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한국 특파원은 한국 맥주의 밍밍한 맛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맥주 제조기법도 모르면서 그런 얘기를 하고 있다." 영국 기자가 굴욕적인 평가를 내리자 국내 맥주 제조업체들이 발끈했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영국 기자의 말이 마냥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해외 유명 맥주를 마셔본 사람들은 국산 맥주는 무엇인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죠.전문가들은 한국 맥주의 가장 큰 문제로 '독과점'을 꼽습니다. 우리나라의 맥주 산업은 1930년대 출발했는데 80년이 지나도록 3개 기업이 시장의 95% 이상을 점유하고 있습니다.몇개 업체가 과점하면서 연구개발(R&D)도 제대로 안해 다양성이 사라졌고 맥주 맛도 없어졌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독일, 일본, 체코 등 맥주로 유명한 나라에서 맛볼 수 있는 맥주의 다양하고 깊은 맛을 국산에서는 느끼기가 어렵다는 이야기죠. 맛없다는 지적에도 개선되는 모습이 보이지 않자 보다못한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섰습니다. 공정위는 국내 맥주산업이 장기간 과점적 시장구조가 고착되고 수입맥주에 대한 경쟁력도 떨어져 경쟁촉진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있다며 연구용역 결과를 최근 발표했습니다. 공정위 보고서는 국산 맥주가 뒤떨어진 이유로 독과점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시설과 유통망 규제, 세금, 가격 결정 구조 등을 꼽았습니다. 수많은 규제로 인해 다양한 기업들이 맥주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보고서는 특히 "우리나라처럼 국가가 맥주 가격을 통제하는 경우는 없다"며 "사업자들이 시장 상황에 맞게 제품 가격을 정하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국산 맥주에 대해 혹평이 일어나는 사이에 수입 맥주는 빠르게 국내 시장을 잠식해가고 있습니다. 수입 맥주의 시장 점유율은 2010년 2.8%에서 지난해 8.4%까지 증가했습니다. 정부와 맥주 제조사들이 하루라도 빨리 개선방안 마련에 힘을 쏟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이경희 디자이너 modakid@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디지털뉴스룸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디지털뉴스룸 이경희 modakid@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