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에 앉아 있는데 바깥이 시끌시끌하다. 아이들이 집 뒤 공원에 공 차러 오는 모양이다. 우르르 달려와 자기들끼리 신나게 떠들어 대는데 한 아이가 한마디 한다.
“그래도 바람 부니까 요즘은 살 만 하다, 그치!”
의자에 붙이고 있던 엉덩이를 떼고 벌떡 일어나 밖을 내다봤다. 체격으로 봐서는 이제 초등학교 3, 4학년 정도 돼 보이는데 제법 어른스럽게 ‘살 만 하다’ 말하는 그 말투가 재밌어 웃음이 터졌다. 아이의 말을 곱씹으며 다시 돌아와 의자에 앉으니 정말 며칠 전하고는 확실히 집 안 공기도 달라졌고, 주인 잘못 만나 여름 내내 밤낮없이 강제 노동하던 선풍기도 오늘은 잠잠하다.
이번 여름은 참 유난스럽게 더웠다. 폭염이 물러간다는 소식을 전했던 기상 캐스터들을 졸지에 양치기 소년으로 만든 괴팍스러운 여름이기도 했다. 올라갈 줄만 알고 내려올 줄은 모르는 뜨거운 볕 한가운데 서서 대체 가을이 오기는 오는 걸까 반쯤은 얼이 빠져 보낸 시간이 태반이었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가을이 오고 있다. 어느 날 밤부터 밤새 징징대던 매미소리 그치고 풀벌레 소리가 울기 시작하더니 아무렇지 않게 자연스럽게 가을이 왔다. 자연은 그렇게 제 차례 지켜 차분히 때가 되어 왔다는 듯 가을의 자리에 섰는데 괜히 성질 급한 사람들 마음만 뜨거운 땡볕에 달달 볶인 기분이다. 결국은 기다리면 되는 일인데 말이다. 어찌 됐든 아이의 말대로 살 만 한 날이 되어 한참 더위 속에는 엄두도 나지 않았던 튀김요리를 해 볼까 한다.
바글바글 끓어오르는 기름에 하얀 반죽 옷 곱게 차려입은 오징어 다리 퐁당퐁당 담근다. 바사삭 한 입 깨물면 고소한 튀김 내음, 알싸한 와사비 향이 코끝을 쨍하게 울리는 ‘와사비 오징어 튀김’ 한 접시 내어 놓고 당신이 좋아하는 계절, 가을 마중 인사 나간다.
주재료(2인분)
오징어 1마리, 와사비 0.5, 튀김가루 1컵, 물 3/4컵, 튀김기름 적당량
와사비 마요네즈 소스 재료
마요네즈 3, 레몬즙 1, 다진 양파 1, 와사비 0.5, 설탕 0.5
만들기
▶ 요리 시간 20분
1. 오징어는 껍질을 벗기고 링으로 썰어 1cm 두께로 썰어서 끓는 물에 살짝 데친다. 물기를 빼서 와사비에 양념한다.
(Tip 물을 너무 많이 넣으면 오징어 맛이 빠지니 조금만 넣어 삶으세요. 오징어는 얇은 막이 있어서 생물을 그대로 튀기면 얇은 막이 터지면서 기름이 튈 수 있다.)
2. 튀김가루에 물 3/4컵을 넣어 걸쭉하게 반죽한다.
3. 오징어에 튀김옷을 입혀 180℃의 튀김기름에서 노릇노릇하게 튀긴다.
(Tip 180℃는 튀김옷을 튀김기름에 떨어뜨려보았을 때 가운데쯤 가라앉다 떠올라 기름 표면에서 퍼지는 상태예요.
4. 분량의 와사비 마요네즈 소스 재료를 섞어서 곁들인다.
(마요네즈 3, 레몬즙 1, 다진 양파 1, 와사비 0.5, 설탕 0.5)
글=요리연구가 이정은, 사진=네츄르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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