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리우 4]마라카낭의 다짐 '포기하지 않겠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지젤 번천(36)의 당당함과 반데를레이 지 리마(47)의 스포츠맨십. 리우데자네이루는 올림픽 개막 전부터 쏟아진 악재와 이로 인한 우려를 '브라질리언'만의 메시지로 정면 돌파했다. 2016 리우올림픽이 6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주경기장에서 열린 개회식을 시작으로 17일간 열전에 돌입했다. 현지시간으로 5일 오후 8시에 시작한 개회식 행사는 자정을 지나 네 시간 넘게 진행됐다. 개회식은 화려한 특수 효과 없이 사람과 음악의 힘만으로 지구촌 축제를 빛냈다. 보사노바와 삼바로 대표되는 브라질 문화에 7만여 관중의 흥이 어우러졌다. 지카 바이러스와 치안, 경기 침체에 탄핵심판으로 직무가 정지된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70)까지. 대회의 근간이 흔들릴만한 굵직한 악재에도 브라질은 굴하지 않았다. 카를로스 누즈만 리우올림픽 조직위원장(74)은 개회사에서 "나는 리우와 브라질이 자랑스럽다. 우리는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두 차례나 "포기하지 않는다(never give up)"는 메시지를 힘주어 말하던 그의 음성과 손은 파르르 떨렸고, 관중들은 이 대목에서 힘찬 박수와 함성을 보냈다. 관중석에서 지켜보던 젊은 여성 자원봉사자들은 "올림픽을 개최한다는 사실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행복하다"고 했다.
불안감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호세프 대통령의 이름이 나오거나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 권한대행(77)이 개회선언을 할 때는 관중석에서 야유가 쏟아졌다. 그러나 브라질 국민은 정부에 대한 응어리를 표현하면서도 지구촌 축제라는 본연의 무대에 집중했다. 개회식은 브라질이 낳은 톱 모델 번천의 등장으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번천은 보사노바의 대부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이 작곡한 '이파네마에서 온 소녀(Girl From Ipanema)'에 맞춰 마라카낭 주경기장 그라운드를 당당하게 걸었다. 금색 드레스를 입고 조명을 따라 움직이는 그의 뒤로 흰색 물결이 그림자를 수놓았다. 브라질의 강인함을 알리려는 듯 자세는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브라질의 유명 뮤지컬 배우 엘자 소아레스(79)가 바통을 받았다. 소아레스의 무대는 장황한 설명이 필요 없었다. '렛츠 댄스(Let’s dance)'라는 그의 한 마디에 관중들이 들썩였다. 시름을 잊은 광대처럼 보사노바에 맞춰 곳곳에서 춤을 추고 환호했다.
각국 선수단이 입장한 뒤 개최국 브라질이 마지막 207번째 순서로 등장하자 환호는 절정에 달했다. 축제의 피날레는 삼바. 경쾌한 음악이 경기장에 울려 퍼지고 순식간에 무대는 '카니발'로 바뀌었다. 개회식의 하이라이트, 성화 점화는 전 마라토너 리마가 맡았다. 리마는 2004년 8월 30일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 마라톤 경기에 나가 37㎞까지 선두로 달렸으나 갑자기 주로에 뛰어든 관중의 방해로 금메달 대신 동메달로 밀렸다. 그래도 그는 아쉬워하지 않고 환하게 웃으며 결승선을 통과했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리마에게 스포츠맨십을 상징하는 '피에르 드 쿠베르탱' 메달을 수여했다. 역경에도 여유와 흥을 잃지 않는 모습. 리우가 이번 올림픽을 통해 보여주려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일 것이다. 개회식을 지켜본 반응은 호평 일색이다. 러시아에서 온 여성 취재진들은 "단순하지만 브라질만의 방식으로 의미를 잘 전달했다. 노래만으로도 보는 이의 감성을 자극한다. 경기장에 모인 사람들 모두 같은 감동을 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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