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퀴즈쇼에 가수 이현우 씨가 나와 MC와 출연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조금 지난 일이라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오늘 출연이 두 번째인데 남다른 목표가 있다고요?”
“이제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가 시험 점수를 조금 낮게 받아 오면 걱정하고 상심하는 때가 있더라고요. 시험은 평생 보게 될 텐데 낮은 점수가 나올 때마다 좌절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멋진 아빠도 퀴즈쇼 같은 곳에 나가서 틀리고 실패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 ‘점수를 낮게 받는 게 나쁘고 기분 상할 일이 아니구나.’ 라고 생각하게 될 것 같아서 나왔습니다.”
그의 대답은 보통 부모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조금 차이가 있어 인상에 남았다. 대개의 경우, 아이에게 자랑스러운 아빠, 엄마가 되고 싶어 하고 어떤 어려운 일이 벌어져도 문제없이 해결하는 듬직한 모습만 보이고 싶을 것이다. 아이의 실수에는 ‘그럴 수 있어, 실수해도 괜찮아.’ 라고 다독여도 부모 자신의 실수, 실패에는 냉정해지는 게 대부분이다. 그런데 아이에게 일부러 실패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나왔다는 그의 대답은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기억에 남는 부분이다.
내 부모의 경우만 생각하더라도 그렇다. 분명 좋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아빠, 엄마를 걱정하는 내게 돌아오는 대답은 항상 ‘괜찮아, 걱정하지마. 엄마, 아빠가 해 줄게’였다. 그때는 내 나이가 어리고 보호받을 나이여서 그랬을 수 있었다지만 내가 다 큰 어른이 된 지금도 엄마의 대답은 여전하다. 몇 달 전 수술을 앞두고 엄마도 조금은 두려웠을 텐데 내가 걱정하고 있으니 엄마의 대답은 ‘괜찮아.’였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 엄마가 고백했다. 혼자 수술실에 들어가 누워 있으니 별별 좋지 않은 생각이 들고 평소 자신이 관리를 잘못한 탓 같아서 자책했다고. 그리고 많이 무서웠다고...
부모이기 전에 그냥 한 사람이고 태어나 처음으로 아빠, 엄마가 된 미숙한 사람일 뿐인데 ‘부모’라는 꼬리표가 달고 있는 무게는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무겁고 부담스러운 것인가 보다. 영화에 나오는 영웅들처럼 모든 상황을 지혜롭게 극복하는 부모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가 될 때가 더 많으니 완벽한 모습을 위해 노력하기보다 아빠, 엄마도 실수할 수 있지만 그럴 때 이렇게 해결하면 된다는 걸 보여주는 게 어쩌면 아이에게 더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실수해도 괜찮아’ 라고 아이가 아닌 부모 자신에게 말할 수 있는 지혜를 갖기를 바라본다.
재료(2인분)
병아리콩 1/2컵, 당근 1/8개, 양파 1/4개, 식용유 적당량, 다진 돼지고기 100g, 물 2컵, 고형 카레 3조각, 밥 2공기
만들기
▶ 요리 시간 30분
1. 병아리콩은 끓는 물에 20분 정도 삶아 건진다.
2. 당근과 양파는 주사위 모양으로 작게 썬다.
3. 냄비에 식용유를 두르고 다진 돼지고기를 넣어 볶다가 양파와 당근을 넣어 볶는다.
4. 재료가 어느 정도 익으면 병아리콩을 넣고 물 2컵을 부어 끓이다가 고형 카레를 넣어 끓인 후 따끈한 밥에 곁들인다.
글=요리연구가 이정은, 사진=네츄르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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