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애리기자
그림=오성수
[아시아경제 부애리 기자] #8년차 직장인 김현(36)씨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여름휴가 때 홀로 필리핀 보라카이로 떠난다. 김씨는 "작년에 친구들과 여행을 계획 했는데, 일정조율 때문에 엎어졌다"며 "직장인에게 여름휴가는 1년에 딱 한 번뿐인데 힘들게 계획했던 여행을 취소하고 싶지 않아서 혼자여행을 갔었다. 혼자 휴가를 가보니까 생각보다 좋아서 올해는 아예 혼자여행으로 여름휴가 계획을 짰다"고 설명했다. ◆무더위에 지친 당신 '혼자' 떠나라=본격적인 여름휴가 시즌, 요즘은 홀로 휴가를 만끽하는 홀캉스족(홀로 바캉스를 떠나는 사람)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여행업계에 따르면 홀캉스족은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3일 인터파크투어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 동안 혼자서 해외항공권이나 기획여행 상품을 예약한 여행객 수는 연평균 54% 증가했다.홀로 여름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울러 휴가철인 올해 7∼8월 인터파크투어를 통해 전 세계 호텔을 예약한 고객 중 24%가 싱글룸을 예약해 여름 휴가를 떠나는 5명 중 1명은 나홀로 여행족으로 조사됐다. 하나투어를 통한 1인 여행객은 2013년 7만8000명, 2014년 11만9000명, 2015년 20만6000명으로 매년 증가했다.김씨는 "혼자 여행하면 누구와 상의할 필요 없이 일정을 내 마음대로 짤 수 있고, 여행지에서 생각을 정리하기도 좋다"며 "또 요즘은 외국인들도 그렇고 혼자 온 여행객들도 많아서 새로운 친구가 생기기도 한다"고 귀띔했다.3년차 직장인 이선혜(28)씨는 여름휴가 때 유명 호텔로 혼자 바캉스를 떠난다. 이씨는 "직장에서 사람에 치이고, 부모님이랑 같이 살다보니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다"며 "혼자 여행가긴 아직 용기가 없고 호텔로 가면 혼자만의 시간에 여행간 기분까지 느낄 수 있어서 호텔 1인용 패키지를 예약했다"고 말했다. ◆혼자 집에서 즐긴다 '스테이케이션족'=나홀로 집에서 바캉스를 즐기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최근 인기예능프로그램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가수 장우혁은 여름휴가를 보낸다며 자신의 집 옥상에 해먹을 설치하고 미니풀장에서 헤엄을 쳐 화제가 됐다. 이른바 집에서 휴가를 보내는 '스테이케이션(Staycation, 머물다라는 뜻의 Stay와 휴가라는 뜻의 Vacation가 합쳐진 신조어)'.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스테이케이션족은 최근 3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4년 48.5%, 2015년 51.7%, 2016년 50.6% 다. 진정한 휴가는 여행이 아니라 휴식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늘면서 스테이케이션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사진=MBC '나 혼자 산다' 제공
홀로 먹방부터 동네투어, 오로지 휴식, 영화·드라마 정주행 등 스테이케이션을 즐기는 방법도 다양하다. 직장인 오유리(28)씨는 일주일 간의 여름휴가를 홀로 집에서 보냈다. 첫째 날은 그 동안 부족했던 잠을 실컷 자고 둘째 날부터 평소 좋아 하던 미국 드라마를 시즌1부터 6까지 '정주행'했다. 오씨는 "여행가는 것도 좋아하긴 하지만 친구들이랑 스케줄 맞추는 것도 힘들고, 평소 야근에 회식에 시달리다보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휴식이 필요했다"며 "'아무 것도 안하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 것도 안하고 싶다'라는 말이 있지 않냐. 딱 그런 셈이다"라고 표현했다.